미담의 주인공 K.
그녀는 대인기피증을 극복하고자 근 10년만에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그 사건을 통해 이 우연한 미담의 주인공이 되었다.


언론은 열광했다.
각박한 세상인 만큼 단순한 미담도 커다란 화제거리가 되는 마당에, 히키코모리가 정상인도 외면하던 그 순간에 그렇게 용감할 수 있었다는건 인간승리의 한 장면이었다.


나 역시 언론에 비친 K의 모습에 뿌듯했다.
간간히 찾아가 K와 나눴던 그 이야기들이 그녀를 세상에 나오게 했고, 이처럼 미담의 주인공으로 만들 수 있는 작은 힘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몇일 후... 세상의 관심이 좀 사그러 졌을 때, 난 K를 찾아갔다.
이제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엷어 졌으리라는 믿음에, 같이 영화라도 보러 가자고 제안할 참이었다.


그날 난 건강한 미소의 K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최근 인터넷에서 봤던 참 익숙한 사진이었다.
K는 그 사진 속에서 웃고 있었다.


이제 막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자하던 K에게 이 우연한 사건은 약이 아니라 독이었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언론의 관심이 무서웠던 K는 자신의 속으로 점점 숨어 들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의 그 누구도 K의 두려움을 모르고 있었다.


그녀의 부모들 조차, 인터뷰에 응하고 카메라 앞에서 수줍게 미소짓는 K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간의 고생이 모두 치유되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K는 대중의 관심 자체가 부담 스러웠다.
자신이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싶었던 세상이,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쓰나미처럼 밀려오자 결국 그 물살에 휩쓸려 익사를 하고 말았다.


그렇게 K는 미담의 주인공에서 비련의 주인공이 되어 다시 언론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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