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충동은 갑자기 찾아왔다.

'제주도로 내려가자'

휴대폰이 박살이 난 후에, 새로운 휴대폰을 구입하고서, 언제나 처럼 '천공의 성 라퓨타'의 주제가인 '너를 태우고'를 벨 소리로 지정하기 위해서(난 휴대폰을 산 후로 이 음악을 언제나 벨소리로 사용하였다.) 여러 벨소리 회사를 뒤적이다 마음에 드는 음악이 없어서, 결국은 '내가 만들어 버리겠어'라는 생각을 하고서 다양한 버전의 음악을 찾다가, 우연히 내려 받은 '마녀키키 택급편'의 '바다가 보이는 마을'이라는 음악을 들었을 때, 그 애니에서 나오는 그 청량한 풍경이 갑자기 눈앞에 펼쳐졌다. '아,... 그래 내려가자'

그렇게 십대에나 있을 비릿한 고뇌(여기에는 적지 않은)와 충동이 만나서 난 제주도 행을 결정했다.

다행 스러운건, 그간 아시아나 항공의 포인트를 열심히 모아둬서, 제주도 왕복 항공표는 공짜로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친구에게 서울에 있는 모든 문제를 이양하고, 난 제주도에서 직장을 잡기 위해 짧은 시간 몇몇곳에 이력서를 보내고, 무조건 제주도로 날아가기로 했다.

2006년 8월 24일

- 김포 공항

2시 25분의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가방을 수화물로 붙이고서 조금은 가벼워진 어깨는 심리적 안정까지 찾아 줄 정도로, 뭔가 잘 풀릴듯하 느낌을 받았다.

조금은 서두른 덕분에 비행기시간까지는 아직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공항안에 비치된 롯데리아에서 유러피안 버거를 주문했다.

TV에서 광고를 봤지만, 일반 슬라이스 치즈와 유러피안 치즈의 차이를 도무지 느끼지 못하는 나로서는, '치즈버거 안에 고기만 들어간건가?'라는 느낌을 버릴 수 없고, 비싼 돈이 아까웠던 선택이었고, 스스로의 둔한 혀에 감사를 했다.

햄버거로 대충 허기를 때운 후에, 사이다와 프렌치후라이를 먹으며, 혹시나 하는 생각에 들고온 '장미의 이름'을 읽으며 비행기 출발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다행이 프렌치 후라이는 과거의 롯데리아의 명성을 높여주던 그 맛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처음으로 타는 비행기였지만, 뭔가 두근 두근 한 마음이 없었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한 덕분에 창가에 자리를 잡을 수는 있었지만, 세상에 창문이 이렇게 좁을 줄이야...... 더군다나 엔진 바로 맞은편에 앉은 덕분에 살짝 일어나는 소음은 나의 선택이 최악의 선택이라는 후회를 몰아 오고 있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그 좁은 창을 통해서 지상을 내려다 봤다.

어린 과거의 나였다면, 아마도 그 낯선 이미지에 두근두근하며 설레임으로 가슴이 두근두근했겠지만, 이제는 세상의 많은 것을 시니컬하게 지나치는 나로서는(세상에 더이상 새로운 것이 없다는 느낌이 언제부터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길거리에서 싸움이 나도 별로 관심없이 그냥지나치고 불이 났을때는 119에전화 한통해주고 그냥 지나치는 날 발견할 수가 있었다.-당시 119는 전화가 폭주 상태였다. 나말고도 전화한 사람이 아주 많다는 이야기였겠지....-)그 자주볼 수 없는 새로운 풍경이, 별로 신기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잠시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는 사이에, 비행기는 어느사이 제주공항에 진입하고 있었다.

'아니,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거리가 얼마인데.... 이렇게 짧아?'라는 생각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제주 공항에 첫 발을 디디었다.

- 제주 공항

수화물을 찾기 위해서 멍하니 기다리고 있는 사이 컨베어 벨트는 사람들의 다양한 짐덩어리를 토해 내고 있었다.

百人百色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짐은 똑 같았다.

컨베어 벨트에서 생산된 똑같은 색의 똑같은 모양의 똑같은 사이즈의 4각형 가방이 주르륵 컨베어 벨트를 타고 내려오고 있었고, 사람들 조차 자신의 가방이 어떤 것인지 몰라서 '우왕~ 다 똑같아'하며 발을 동동거리고 있었다. 다행이 나처럼 베낭을 들고 온 사람은 몇없었기에 난 쉽사리 짐을 찾아들고 제주공항의 대합실을 나왔다.

대합실을 나왔을 때, 열대의 나무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그 풍경은, 별반 기대하지 않은 나에게 약간의 이국의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같은 나라에서 이국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거대한 나무를 바라보며 난 담배를 피며 나와 이 낯설은 공간 사이에 연막을 피웠다.

그리고, 면접을 보기로 한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회사의 사정에 의해서 그날의 몇접은 취소되고, 난 당분간 머물 숙소를 찾기 위해서 우선은 택시를 타고 번화가인 '제주시청'에 내렸다.

- 제주 시청

제주도의 첫인상은 불쾌감있었다.

그 불쾌감을 준 것은 택시 기사였는데, 그는 나를 목적지에 내려주지도 않았고, 조금만 걸어가면 된다는 말을 하며, 눈앞에 보이는 손님을 태우기 위해서 중간에 나를 내려주었고, 계산을 하고 잔돈을 지갑에 넣는 나에게 '그런건 내려서 하라'며 불쾌감 높은 소리를 질렀다.

어디가나 택시기사들의 불친절함이 나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다.

시청은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등과 어깨를 압박하는 무거운 짐은, 더위를 별로 타지않기에 땀도 별로 흘리지 않는 나 조차도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무더운 날씨였다.

우선 골목으로 들어가 부동산을 찾기 시작했다.

한 때, 여행에 목숨을 걸고 이리저리 전국을 떠돌던 시절, 낯설은 땅에서 자신의 가야할 곳을 몰라 막막할 때, 내가 체득한 노하우는 '부동산'을 찾아라' 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설사 손님이 아닐지라도, 택시기사보다 친절하고, 주변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디로 갈지 몰라 막막할 때, 좋은 정보를 주곤했다.

제주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선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장기 체류를 하기로 한 이상 싸고 저렴한 곳을 구해야 했다. 내 1차 목표는 월세방이었고, 2차는 고시원이었다.

다행이 내가 찾아간 부동산 아저씨는 땀을 흘리는 나를 보며, 조금은 쉬게 해주었고, 주변에 있는 고시원의 정보까지 주셨다. 월세방은 최소 6개월 단위로 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한달 계약으로 내 놓은 집은 찾을 수가 없었다.

제주도의 고시원은 상상보다 넓었다.

옷장과 책상 그리고 무었보다. 침대가 있었다.

한달에 20만원에 샤워와 세탁을 할 수있고, 냉장고도 쓸 수 있었다.

그 곳에 짐을 풀고, 난 샤워를 하며 제주도에서 나를 처음으로 환영해준 굵고 끈적한 땀을 씻어 버렸다. 그리고 내일 면접을 위해서 입고갈 양복과 와이셔츠를 근처 세탁소에 맡기고, 피곤한 몸을 침대에 뉘였다.

나의 제주도 생활이 시작되었다.

2006년 8월 25일

8시 반에 맞춰 놓은 알람이 울렸다.

우선 샤워를 하고, 9시에 면접할 곳에 다시 전화를 했다.

대략의 위치를 파악을 하고, 어제 맡겨놓은 옷을 찾기 위해 세탁소로 내려갔다.

약속시간 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덕분에 주인 아저씨는 내 옷을 열심히 다리고 있으셨다.

약속시간보다 먼저 온 것이 미안했기에 '천천히 하세요'라는 말을 하며, 아까 전화로 물어본 회사의 위치를 말해 주며, 교통편에 대한 것과, 몇몇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탁소 주인 아저씨는 친절하게 이것 저것 알려주셨고, 특히 다른곳과 착각을 할 수도 있다며, 정확하게 어떻게 일러줘야 하는지 까지 알려주시면서 다림질이 끝난 옷을 넘겨 주셨다.

태양빛에 바짝 마른 보송보송한 셔츠를 머리부터 뒤집어 쓸때와, 석유냄세가 풀풀 풍기는 새옷을 입을 때, 그리고... 세탁소에서 막 찾아온 옷을 입을 때는 기분이 좋다.

그리고 그 기분을 그대로 간직한체 난 고시원을 나왔다.

택시를 타고 아까 세탁소 아저씨가 일러준대로 목적지를 말해 준 후에, 멍하니 있으려니, 기사 아저씨가 이것 저것을 물어온다.될 수 있다면, 조용히 가고 싶었지만, 하루종일 운전만 하는 그들의 기분을 모르는 것도 아니기에 몇몇 이야기에 가볍게 응대를 해준다.

역시나 화두는 요즘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는 '바다이야기'였다.

결론은 가장 나쁜 놈은 '청와대'였고, 가장 지탄을 받아야 할 바다이야기 사장은 '돈 잘 벌어서 부러운 놈'이라는 것이었다.

이미 이땅에는 도덕은 없고,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해 있음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대화였다.

- 첫 면접 and 여행

면접관으로 나오신 분은 그곳의 실장님 이었다.

나의 과거 문화예술단체의 근무경력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신도 17년전 제주도가 좋아서 무조건 내려온 분이라고 하면서, 좋은 느낌을 받았다.

월급은 생각보다 적었지만, 우선은 제주도에 정착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그 조건을 수락하고 월요일까지 연락을 받기로 했다.

짧은 면접이 끝나고, 난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도 재미있었던 것은, 택시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분이었기에, 결국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근처에서 내려 그 더운날 양복을 입고, 내가 그렇게도 싫어하는 구두를 신고 난 또 한 20분을 방황하다 겨우 고시원에 도착을 했다.

면접을 보고 할일이 없던 나는, 가지고온 책을 읽다가, 그래도 명색이 제주도까지 와서 멍하니 있는 것도 그래서, 렌트를 해서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가벼운 복장으로 갈아입고, 샌들을 신고 또 다시 택시에 올랐다.

'가장 가까운 렌트카 회사로 가주세요'

나의 이 말에 택시 기사는 정말 가까운 렌트카 회사에 날 내려 주면서, '혹시 차가 없을 지 모르니까 기다려 볼께요'라고 말을 했다. 그의 우려 처럼 정말로 차가 없었다. 이미 성수기가 끝나버렸다는 나의 판단은 오산이 되었고, 다시 택시로 돌아오니, 기사는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있었다.

제주도 토착민 끼리 나누는 대화라서 그럴까? 간간히 들리는 특유의 사투리는 예상을 할 수는 없지만 발음이 꼬여서 흉내내기는 어려웠다.

그의 통화는 아는 사람을 통해서 차를 찾고 있었다.

성수기와 다름없는 비용이었지만, 그래도 덕분에 차를 구할 수 있었고, 렌트카 회사까지 가는 동안, 제주도에서 가볼만한 곳과 달릴만한 해안도로를 추천 받았다.

차를 렌트한 후에 택시기사가 일러준 해안 도로를 달려보았다.

해안도로가 제주도를 일주하며 나 있을 거라는 나의 상상과는 달리 해안도로는 짧게 짧게 간혈적으로 나 있었다. 하지만 관광보다는 정착이 목표였기에, 카메라를 챙겨오지 못한 것이 후회 스러울 정도로 해안도로의 풍광은 좋았다.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전마이 좋은 곳에 자리를 잡은 레스토랑에서 들어갔다.

제주도의 토속음식을 먹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과는 달리, 그곳은 서울의 일반 레스토랑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메뉴를 선보이고 있었다.

내가 제주도에 와서 처음으로 돈을 내고 먹은 음식다운 음식은, 그래서 파인에플을 곁들인 하와이안 스테이크가 되었다.

추출한 배를 달래고, 다시 다른 해안도로를 찾아 달렸다.

그러다 만난 작은 부두, 정말이지 제주도에는 이런 작은 부두들이 널려 있었다.


하지만 정말 인상적이 었던 건, 내가 꿈구는 '바다가 보이는 마을'은 도심보다는 이런 외곽에 위치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다만, 이런곳에 살려면, 일자리를 구하기가 정말 힘들거나, 어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선듯 용기를 가지지는 못했다.

2006년 8월 26일

- 소인국 테마 파크를 보다.

다음 날, 렌트비를 뽑기 위해서 이른 시간에 일어나 차를 몰았다.

11번 도로를 타고 한라산을 가로 질러 서귀포 쪽으로 넘어갔다. 목표는 마라도.

11번 도로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특히 숲의 터널이라 할 만큼 산이 울창했고, 가는 도중에는 제주도 특산품인 조랑말 농장을 볼 수가 있었다.

나도 가는 길을 멈추고 잠시ㅣ 조랑말들의 모습을 봤다.

갈길이 멀었다.

6시까지는 차를 반납해야 했기에, 조금은 빠듯한 일정을 잡고, 굽이 굽이 11번 도로를 다시 달렸다.

서귀포로 넘어서 마라도로 가는 부두로 가는 길에 보이는 몇몇 관광지에에 들렸다.

내가 본 폭포중에서 가장 큰 폭포였다.

특히 바다로 떨어지는 그 느낌이 무척이나 좋았는데, 역시나 유명한 관광지다 보니 사람들이 많아서 전체적인 모습을 깔끔하게 잡을 수는 없었기에, 조금은 안타까웠다.

이곳을 들린 후에 얼마전TV의 아침 프로에서 본, 소인국테마파크에 가보기로 하였다.

조금은 멀리 돌아서 가는 것이 좀 찝찝했지만, 이와 가는 길 조금 서둘러 돌아 보기로했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약간은 디테일이 부족해서, 약간 아쉬움이 남았지만, 정성스럽게 미니어춰로 만들어 놓은 각 유명 건물들을 보는 재미는 나름 쏠쏠했다.

--- 이후는 네이버 용량문제로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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