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모알이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온다.

어느날이었던가? 3일정도 집을 비운적이 있었다.

혹시나 하는 걱정에, 사료를 듬뿍 챙겨놓고, 받아놓은 물은 안먹는 모알이의 습성때문에 수도도 졸졸졸 흐르게 해놓았다.

그러고 집을 나섰지만, 걱정이 되는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예정된 일정을 조금 취소하고 내가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날 가장 먼저 반기는건 아무런 이상 없이 씩씩 하게 들려오는 모알이의 음성이었다.

'냐아옹~~~'

정말, 내가 그 목소리를 얼마나 반가워 했는지 그 아이는 아마도 모르겠지만, 그 아이 역시 얼마나 날 반가워 했는지, 신발을 벗고 올라서니, 나에게 다가와 자기의 머리를 내 발에 부비적 부비적 거리더라.

우선 물이 잠기지 않았는지 확인을 하고, 혹시나 사료를 다 먹고 하루쯤 굶은것은 아닌지 걱정 스러운 마음에 밥통도 확인을 했다. 다행이 사료도 충분히 남았고, 물도 졸졸졸 흐르고 있었다.

걱정 스러웠던 마음이 놓인 후에, 우선 2박 3일치의 모알이 변을 치웠다. (녀석 많이도 싸긴 --;) 그런데 그러는 나를 졸졸졸 따라다니며 혹시나 다시 내가 떠날까 안절부절 하는 듯한 그 모습에, 그 아이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왜 그리도 가슴이 저리던지....

겨울이 아니면 절대 침대위로 올라오지 않던 모알이, 겨울이면 내 곁에 누워 그 따스함에 그렁그렁 거리며 잠이들던 그 아이는 어느날 나의 작은 실수로 내 곁을 떠났다.

처음에는 큰 충격이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그 아이의 자취가 느껴졌다.

철지난 옷을 정리하다 옷에 뭍어난 그 아이의 새하얀 털을 발견 할때는, 귀찬음 보다는 아련함이 밀려왔고, 컴퓨터를 하다가 문득 문득 마우스와 자리 다툼을 하던 그 아이의 빈 자취가 날 슬프게 했다.

어느날 문득 침대에 누워 멍하니 있으려니 그 아이와의 추억이 또 떠올랐다.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던 그 아이가, 내가 침대에 누워 책이라도 읽을라 치면 풀쩍 침대로 올라와 내 곁에 얌전히 눕곤 했다. 그럼 난 책을 읽던 것을 멈추고 그 아이의 몸 전체를 천천히 쓰다듬어 주었다. 그럼 그렁그렁 거리며 그 느낌을 즐기던 아이... 그러다 내가 자기의 코앞에 손가락이라도 대주면 그 까칠까칠한 혀로 내 손가락을 할짝 할짝 ?곤 했던 그 아이와의 추억이 그렇게 날 다시 가슴 아프게 했다.

내 잘못으로, 나의 무심함으로 결국 내 곁을 떠난 아이....

그 아이가 그렇게 떠나던 순간을 상상해 보면, 너무도 끔찍해진다.

내가 그런 이야기를 했을 때, 내가 아는 이는 '뉴육에서 고양이 사망중 가장 높은 빈도가, 그렇게 고층 빌딩 창문에서 떨어지는 거라더라....'라며 위로아닌 위로를 했지만.... 역시 나의 무심함이 그 아이를 그렇게 떠나 보낸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미안하고... 많이 미안하고... 많이 그리워진다.

오늘도, 난 그 까칠한 혀의 느낌이 그리워서, 이렇게 때늦은 위로의 글을 그 아이에게 보낸다.

ps.

아쉬움은, 진작에 많은 사진을 찍어 놓지 못했음이 아쉽고, 안타까움은 그 모든 사진들이 결국은 화르륵 사라졌다는 것이 안타깝다.

ps.

모알아... 날 용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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