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버블타입과 정보의 가치.

무버블타입과 관련한 논의를 옮겨 싣습니다. 이코노미21과 이정환닷컴을 예로 들었지만 어느 정도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첫번째 글.

지난주에 '저 낮은 중국'이라는 책을 읽고 이코노미21에 서평을 썼다. 이 서평은 이코노미21의 온라인 사이트에도 올라간다. 물론 이정환닷컴에도 올라간다.

이코노미21 사이트는 닫힌 공간이다. 로그인을 해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정환닷컴은 열린 공간이다.

일주일도 안됐지만 다음 검색에서 '저 낮은 중국'을 찾으면 이정환닷컴이 8번째로 뜬다. 물론 이코노미21 사이트는 뜨지 않는다. 이코노미21 뿐만 아니라 웬만한 신문이 모두 이 책을 소개하는 기사를 썼지만 적어도 인터넷 검색에서는 찾을 수 없다.

구글 검색에서 '부활'과 '일본경제'라는 검색어를 집어넣으면 이정환닷컴이 열두번째로 뜬다. 얼마전에 썼던 '부활하는 일본경제 이렇게 달라졌다'의 서평 때문이다. 이 서평은 358명이 읽었다.

이코노미21이나 다른 뉴스 사이트들, 그리고 이정환닷컴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뉴스 사이트는 직접 찾아가야 볼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 독자를 기다린다. 이코노미21이 기사를 보여주는 방식은 프리챌의 디카모니와 비슷하다. 외부로 어떤 링크도 갖지 못하며 다만 직접 여기까지 찾아와서 제목을 클릭해야 본문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정환닷컴은 각각의 페이지마다 수많은 링크로 바깥과 연결돼 있다. 이를테면 이정환닷컴을 전혀 모르는 독자들이 검색엔진의 링크를 타고 찾아든다. 이코노미21이나 뉴스 사이트들이 넓지만 결국 고립된 섬이라면 이정환닷컴은 좁지만 수많은 링크로 단단하게 연결된 대륙이다. 거미줄처럼 퍼져나간 수많은 링크가 익명의 독자들을 끌어모은다.

조회수는 느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놀라운 속도로 꾸준히 늘어난다. 링크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1일 페이지뷰가 7천을 넘어설 때도 있다.

김선일씨가 피살됐을 때 이정환닷컴의 방문자수는 두배 이상 늘어났다. 한달 전에 썼던 '알카에다의 미국인 참수'라는 글 때문이다. 짧고 특별한 내용이 없는 글이었지만 이 글의 조회수는 1만이 넘었다. 동영상 유포의 가능성 때문에 개인 사이트의 순위를 인위적으로 걸러낸 탓에 지금은 바뀌었지만 한때 '참수'라는 단어로 검색할 때 다음과 네이버, 야후의 검색에서 첫번째로 걸려들었다. 언론사 사이트의 수많은 관련기사들보다 이정환닷컴은 검색순위에서 단연 앞섰다.

'몬드라곤'으로 검색하면 당연히 이정환닷컴의 '몬드라곤에서 배우자' 서평이 검색된다. 몬드라곤을 주제로 글을 써서 이정환닷컴에 올려두는 것만으로 나는 수많은 익명의 독자들을 새로 만들게 된다. 내가 '대안연대회의'에 대한 글을 쓰면 대안연대회의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그 글을 반드시 보게 된다. LG칼텍스정유의 파업에 대한 글을 쓰면 이와 관련한 정보를 웹에서 찾는 사람들에게 바로 연결된다. 당연하지만 이 당연한게 안되는 사이트가 훨씬 많다.

이를테면 웹 출판의 개념이다. 이런 작업을 계속할수록 인터넷의 네트워크에서 이정환닷컴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진다. 이를테면 나는 지금 네트워크라는 거대한 협업 시스템에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변화의 가능성을 본다.

링크의 번식력은 무궁무진하다. 로그 기록을 보면 요즘은 '미역국'이라는 단어로 검색해서 들어오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 인터넷에 떠도는 미역국과 관련된 수많은 문서들 가운데 이정환닷컴의 미역국 조리법이 단연 검색 순위에서 앞선다. 이정환닷컴의 조리법이 더 훌륭해서가 아니다. 문제는 이정환닷컴이 웹 문서를 저장하는 방식에 있다.

이정환닷컴은 무버블타입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져 있다.

무버블타입은 새로 글을 쓸 때마다 HTML로 된 하나의 독립된 페이지를 만들어 낸다. 대부분 게시판 프로그램이 별도의 데이터베이스를 저장하고 그때 그때 필요한 데이터베이스를 불러들여 페이지를 잠깐 만들었다가 없애는 것과 다르다.

이를테면 이정환닷컴의 '파업의 재구성'이라는 기사의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www.leejeonghwan.com/cgi-bin/blog/archives/000268.html 깔끔한 고유 주소를 갖는다. 무버블타입에서는 이를 퍼머 링크라고 한다.

이코노미21의 지난주 커버스토리 '고구마 날다'의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www.economy21.co.kr/newsanalysis/newsanalysis_read.asp?news_id=53135&icon=left1

이코노미21은 newsanalysis_read.asp라는 프로그램을 돌려서 53135라는 데이터베이스를 불러오고 그걸 정해진 규칙에 따라 조합하고 화면에 띄워서 보여준다.

무버블타입은 완성돼 있는 페이지를 그냥 보여주기만 하면 되지만 게시판 프로그램은 페이지를 보여주려면 먼저 CGI나 PHP 따위를 굴려서 페이지를 만들어야 한다. 이건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링크를 클릭할 때 볼 수 있는 건 거의 비슷하지만 클릭하기 전에 페이지가 이미 존재하는 무버블타입과 달리 게시판 프로그램에서는 데이터베이스가 있을뿐 페이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건 꽤나 심각한 차이다. 검색엔진은 무버블타입이 만들어낸 페이지는 읽을 수 있지만 게시판 프로그램의 데이터베이스나 있지도 않은 페이지는 읽지 못한다. 무버블타입은 각각의 페이지를 링크로 연결한다. 다른 블로그와 트랙백을 주고 받으면서 무버블타입의 링크는 더욱 늘어난다. 특히 링크에 비중을 두는 구글 같은 검색엔진은 무버블타입이 만든 페이지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블로그는 개인이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생산하고 유통하는 1인 미디어다. 우리는 대중이 미디어를 직접 소유하고 담론을 만들어 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적어도 이런 흐름에서 이코노미21 뿐만 아니라 언론사 사이트는 한참 뒤떨어져 있다. 변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어딘가 이런 변화를 먼저 따라잡는 사이트가 나타날 것이다.

핵심은 누가 네트워크에서 우위를 차지하느냐다. 웹에서 콘텐츠를 판매하려는 사람들은 블로그 특히 무버블타입의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반드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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