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와 공주는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데...'과연 정말 왕자와 공주는 부부싸움 한번없이 고부간의 갈등을 잘 극복하고 행복하게만 살았을까?라던 과거의 화두가 문득 떠올라.... 일필휘지로 휘갈겨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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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 이야기... 그후...

왕자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살았데.... 라고?
웃기지 말라고해, 그거 순전히 왕실 홍보처에서 근무했던 '그림 브라더스'에 의해 만들어진 국정 홍보물이야.

국정 홍보물이 다 그렇듯이 뭐든지 미화하잖아? 진실은 저 너머에 숨겨놓고 말이야.

사람들은 내가 돈 많은 남자를 물었다고, 시기와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지만, 돈이 많다고 다 좋은게 아니거든.

이 왕자라는 인간 알고보니, 완전 난봉꾼이더라니까.
응? 무슨 소리냐고? 내가 숲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궁에 들어와 보니까, 이미 나같은 여자가 벌써 별궁에 꽉 차있는거야.

나랑 결혼 한 후에도, 왕자는 숲으로 사냥을 나갈 때 마다 동물은 사냥하지 않고 여자만 사냥해 오더라고.

왕자의 그런 행각은 이후에 별궁이 꽉차자서 더이상 여자를 들일 수 없을 때까지 계속되었지, 뭐, 왕자는 별궁의 별궁을 지어서 그 안을 다른 여자들로 꽉꽉 채우고 싶어했지만, 다행이도 시어머니와 시아버님이 겨우겨우 뜯어 말리셔서, 그런 불행은 일어나지 않았어.

시어머니?
당연히 시어머니가 있었지, 아니 그럼 왕자는 하늘에서 떨어졌나?
이봐요 기자아가씨, 당신도 왕자라는 존재들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나본데, 그거 일찌감치 버려, 버리는게 앞으로 당신 삶에 좋다고.
왕자도 왕자 이전에 사람일뿐이야, 그리고 남자고 말이야.

아무튼 시어머니에 관해서 물어봤지?
우리 시어머니도 참 대단한 분이셨지, 내가 숲에서 이 왕궁에 처음 들어왔을 때 어떤 모습이었을것 같아?

내가 난장이 들과 같이 살던 곳은 광산지역이었다고, 내가 아무리 깨끗이 청소하고 빨래를 해도, 그 광산의 먼지들 때문에 그 지역의 다른 곳보다 조금 청결했을 뿐이지, 왕자가 살던 도시랑 비교하면 언제나 석탄분진이 가득하던 것이었어, 그리니 결혼식이라고 최대한 이쁜옷을 입고 있었다고 해도, 항상 엘라스틴으로 목욕하고, 스트레이트 파마를 한 왕자의 백마에 올라탄 순간, 이건 백설공주와 왕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왕자와 거지의 이야기가 되었다니까. 명색이 백설공주인데 백마에게 밀리다니, 완전 쪽팔린 이야기지.

아무튼, 그렇게 꼬죄죄한 모습으로 내가 궁에 들어갔을 때, 시어머니는 기가 차다는 듯이 날 보더군. 그 시선은 말이지 '너도 돈에 낚였냐?'라는 듯한 눈길이었어, 난 세상을 살면서 그런 경멸에 찬 시선을 받아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커다란 모멸감을 느꼈지.

그 후로 난 별궁의 많은 여자들 속의 한 사람일 뿐이었어, 왕자는 가끔씩 술에 떡이되어서 나타나서 내 몸을 요구했을 뿐이고, 제 정신일 때는 단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어.

가끔씩 시어머니는 마치 기숙사 사감처럼 내 방에 불쑥 나타났는데, 그럴때면 내 옷이나 방 상태를 보면서 이런 저런 잔소리를 늘어놨지.
난 내가 마치 하녀가 된것 처럼 그런 시어머니의 꾸중을 묵묵히 듣고 있었어.

그러다, 어느날 얼굴 한번 못본 시아버지가 돌아가셨지. 시어머니는 시아버지 대신 국왕의 자리에 올라서 그 나라 최초의 여왕이 되셨어.

그리고 처음 한 일이, 광산업을 폐지 하는 거였지, 그렇게 광산업이 폐지되고 1년간 농성하던 일곱난쟁이는 나에게 무수히 많은 편지를 보냈어, 그것도 '이제 먹고 살만해 지니까, 우리따위는 기억도 못하냐? 우리가 널 어떻게 길렀는데 이렇게 배응망덕할 수가 있느냐' 뭐 이런 내용이었지.
하지만 나라고 뭘 어떻게 하겠어, 시어머니에게 있어서 나는, 아들의 배필인 며느리가 아닌, 아들이 어디서 주워온 촌년 이었을 뿐인데.

결국 광산업은 폐지가 되고, 별궁에 있던 수많은 여자들의 고향이 었던 숲은 밀리고 도시가 되었어. 그래도 우리는 다행이었어, 왕자가 마지막으로 사냥을 떠났던 포클랜드 숲은 완전 쑥대밭이 되었다니까. 응? 왜 포클랜드 숲이 쑥대밭이 되었냐고? 이봐 이봐 기자아가씨 역사에 너무 무지한거 아니야? 그런건 상식이라고.

이 난봉꾼 왕자가 포클랜드 숲에 사냥을 갔다가 마침 아르헨왕국의 셋째 공주가 와 있는 걸 보고 그냥 납치를 한거지.

그렇지 않아도 시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르헨 왕국이 결국 포클랜드 숲을 점거하고 공주를 내 놓으라고 항의를 하니까 불같은 성미의 시어머니가 포클랜드 숲을 완전이 불싸질러버린거야.

뭐 아무튼 시어머니 이야기는 이만하고, 이런 모습이 결코 행복한 모습은 아니잖아? 며느리에 대한 복수로 광산을 폐지 시키고, 숲을 불태우는 시어머니와 술이 취하지 않으면 나타나지도 않는 남편, 이런 불행이 다 그 말하는 거울 때문이라니까.

응? 몰라 말하는 거울?
응, 응, 그래 그래 그 말하는 거울 말이야.
아버지랑 재혼한 그 여자는 완전 공주병이었어, 다 늙어 버린 80대 우리 아버지와 30대의 여자가 결혼 한 이유가 뭐였는지 알아?

바로 자기가 이 사람과 결혼하면 명실상부한 '공주'가 될 수 있다고 믿었던거지. 하지만 이 바보같은 여자는 '공주'라는 호칭 대신에 '여왕'이라는 호칭을 얻었던 거야. 기자 아가씨 생각해봐 '공주'라는 호칭은 풋푹한 20대를 상징하지만 '여왕'이라는 호칭은 30대가 아닌 40~50대의 늙은 아줌마들에게나 어울리는 호칭이었단 말이야, 그 호칭에 충격을 먹은 이 계모는 히스테리가 점점 늘어났지, 그리고 드디어 우리 아버지에게 바가지를 긁기 시작한거야.

아버지는 그 바가지를 일일이 받아주다가 지치고 말았어, 그래서 자기 대신 계모의 바가지를 들어 줄 '말 하는 거울'을 선물했지, 그 이후에 우리 아버지는 계모의 바가지에서 해방될 수 있었어. 하지만 이 말하는 거울이 내 불행의 씨앗이 된거야.

계모의 푸념과 넋두리 그리고 잔소리를 듣던 거울은 뭐든지 계모의 말에 동조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어, 그 이후부터는 언제나 고분 고분 계모가 원하는 답만을 줬지, 그리고 계모는 이 거울이 세상의 모든것을 다 안다고 생각을 했던 거야.

그런데 이 거울이 그런 진리를 깨달기 전에 계모가 물었던 질문이 있었어 '백설공주와 나중에서 누가 더 피부가 곱니?'였어.

생각을 해봐,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뽀송뽀송한 피부의 아기와 화학전공으로 백날 백일을 랩에서 실험을 하며 화학약품에 찌들었던 화공과 석사 출신의 30대 여자의 피부를 비교했을 때 누구의 피부가 더 좋겠어? 이 멍청한 거울은 그냥 무의식 중에 '백설공주의 피부가 더 곱지 않을까요?'라고 답해 버린거야. 이때부터 계모의 피부진화 계획이 시작된거지, 아모레를 비롯한 각종 명약들을 모아서 피부에 좋을 것 같은 약물을 만들고 그걸 자기 얼굴에 실험했지, 가끔은 효과가 좋은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실패였고, 그 실패의 근거는 거울에게 물어보는 거였어 '거울아 거울아 아직도 저 멀건공주의 피부가 내 피부보다 더 좋니?'라고... 그리고 거울의 대답은 대부분이 부정적이었던 거지.

뭐 그건 진실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트리플 A형인 거울의 복수였던거야. 다른 모든 대답은 다 계모의 취향에 맞췄으면서도 그 대답만은 계모가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았어.

응? 왜 그랬냐고? 뭐 어린 시절에 계모의 립스틱으로 거울에다가 바보라고 쓴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아마도 계모의 바가지에 스트레스가 늘어난 거울이 계모의 역린이라고 생각한 미모에 관해서만은 좋은 답을 주지 않고 속을 긁어 놓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아무튼 그 뒷이야기는 기자아가씨도 알겠고 말이야.
그 말하는 거울의 쥐톨만한 자존심 때문에 결국 내가 이모양 이꼬라지가 된거라니까.

아이들?
아, 뭐 술에 떡이 된 후에야 나타나는 왕자였지만, 그래도 몇번 잠자리를 같이 했다고 아이들이 생기긴 하더라고, 그런데 기자 아가씨는 아이를 낳아 본적이 있나? 응 아직 처녀라고? 그래.. 그럼 그 고통을 모를꺼야. 그게 잠자리를 같이 할 때는 좋지만, 아이를 낳는건 정말 고통이야. 제왕절개(帝王切開) 라는 말에 겁을 먹은 시아버지가 전국적으로 제왕절개수술을 금지 했기 때문에 누구든 자연분만을 해야만 했고, 그렇게 아이를 셋이나 낳고 보니까, 이제는 아이를 낳는걸 생각 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는 것 같다니까.. ?...?...?....

아이들도 참 아빠를 닮아서 사고라는 사고는 다 치고 다니더라고, 첫번째 왕자는 어릴 때부터 남편과 같이 사냥을 다니면서 여자에 대한 아빠의 생각을 그대로 전수(?)받아서 이미 난봉꾼이 되어 버렸고, 둘째 딸은 곱게 길러서 시집 보내 놨더니 불륜 장면을 파파라치들에게 걸려서 도망가다가 자동차 사고로 죽고, 셋째는 그렇게 기르지 않겠다고 기숙사 학교에 넣어놨더니 연극을 못하게 했다고 자살해 버리고....

나도 참 박복하지?

아무튼 난 이렇게 살고 있어, 이제는 백설공주보다는 주름왕비라고 더 많이 불리지만, 결코 행복하게 살고 있는것 같지는 않아... 하지만 오래 살기는 할것 같아, 남편이 몸에 좋다는 걸 잔뜩 사다 놨는데 요즘 몰래 몰래 그걸 빼먹고 있거든, 적어도 남편보다는 오래 살아서 나도 시어머니 처럼 이 나라의 여왕이 한번 되 보는 것이 꿈이라면 꿈인까.

이제 내 이야기는 끝났다네, 기자 아가씨.
더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언제라도 찾아오고, 오늘은 이만 물러가지, 나도 이제 한잠 자러 가야겠네.. 그래 그래... 기자 아가씨도 늙은이 푸념 들어주느라 고생 많았어.... 응.. 그래 그럼 나중에 보자고.... 어이 집사... 기자 아가씨 가신다네 모셔다 드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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