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 - 직장인 버전

얇은 지(紙) 하이얀 사직서를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굳은 결의
동결된 연봉협상 통지서에 감추오고

두 손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통장에 카드비용이 말없이 인출된 밤에
통장마다 잔고는 지는데

물가는 높아서 하늘을 찌르고
버는 족족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나의 통장이여!

하얀 사직서 봉투 살포시 들어
부장님 넓은 책상위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로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월급봉투여라.

물가에 허리휘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비겁한 타협인 양하고

이 밤사 마눌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지(紙) 하이얀 사직서를 고이접어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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