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상관없는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그러지 마라”
“그래 내가 잘못한 건 인정하는데, 너도 잘한 거 없어”
난 이런 화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전자는, 자신이 무지 불쾌하지만 그걸 직설적으로 말하면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을 비켜가면서 상대방에게 그걸 부드럽게 표현한다고 하는 아주 가시적인 표현의 대표적인 문장이다.
후자는 자기반성을 전제로 하여, 상대방과의 언쟁에서 승기를 잡기를 바라는 말이다. 자기반성을 전제로 했지만, 자기반성 따위는 쥐뿔도 없다.
난 저런 말을 들으면, 더 이상 대화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결과는 냉소적인 반의 짧은 단어로 끝나거나, 소비적인 거친 언쟁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 성격이 아무리 파열된 얼음조각 마냥 날카롭고 모나있다고 하지만, 난 내가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지 않고, 내가 잘못한 것을 부정하지 않으며 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난 쉽게 나의 잘못을 인정한다. 아니 입에 거의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산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인지하는 잘못 조차 부정할 정도의 비뚤어진 자존심 따위는 키워 본 적이 없다.
“난 상관 없는데, 다른 사람 앞에서는 그러지 마라”
이 말은, 내가 기분이 상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기분이 상할 수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즉 자신이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아주 돌려서 표현한 것이다. 난 이런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 자신이 상관 없다면, 그런 표현 따위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리고 자신이 그런 일로 기분이 상했다면, 차라리 “난 그거 별로 좋아하지 안아”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나의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그 사람을 만났을 때, 똑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조심할 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저런 소리를 들어버리면, 정말 말 그대로 해주고 싶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조심 할 지라도, 그 사람 앞에서는 일부러라도 그런 행동을 하고 싶어 지니까 말이다. 상관없다는데 정말 무슨 상관인가 말이다. 난 세상이 좀더 솔직해 졌으면 좋겠다.
“그래 내가 잘못한 건 인정하는데, 너도 잘한 거 없어”
가장 짜증나는 말이 바로 이 말이다.
자기 반성을 전제로 하면서, 상대방이 더 이상 자신을 추궁하지 못하게 하면서, 자신은 상대방의 가슴을 난도질 한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고 하지만, 개뿔. 뭘 인정했다는 것인가? 자신이 잘 못을 했으면 사과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 중 열에 아홉은 자신의 잘못 따위는 인정하고 싶은 마음은 눈꼽 만큼도 없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란, 상대방을 몰아 붙여서, 언쟁에서 승리를 쟁취하고 자신의 잘못 조차 상대방에게 전가 시키기 위한 것이다.
난 이런 경우, 그날의 기분에 따라 두 가지 반응으로 나뉜다. 그렇게 잘못한걸 알면, 나에게 소리치지 말고, 먼저 사과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사과를 하면, 난 ‘미안’이라고 짧게 말하고 뒤돌아 버린다. 또 하나는 그냥 내가 ‘미안’그리고 뒤돌아 버린다. 첫 번째는 그 말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논리의 문제점을 가지고 몰아 붙여서 상대방의 사과를 받아 낼 경우다. 하지만 이 경우는 정신이 너무 피곤하고, 말이 길어 질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사과를 받고, 내가 사과를 한다고 하지만, 둘 다 반성 따위는 조금도 하고 있지 않다. 그냥 격한 감정만 남는 말 싸움이 되어 버린 것이다. 두 번째 경우 역시 반성 따위는 없다. 그냥 상대하기 피곤하니까, 그 자리를 피하기 위해서, ‘미안’이라고 말하고 돌아서는 것뿐이다.
저렇게 말하는 사람 자체가 이미 대화상대로서의 자세를 포기한 것이기 때문에, 난 그를 설득하거나 납득시키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다. 가끔, 스스로의 쾌감을 위해서 상대방을 난도질 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지만, 그런 카타르시스는 언제나 뒤가 찝찝해서 이것도 20대 중반 이후에는 접어 버렸다.
“그래서?”
이건 말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아주 짧은 문장이다.
상대방이 장황하게 떠들고, 문제를 제기한 후에 아주 차갑게 “그래서?”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엄청난 데미지를 입는다.
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2명 만났다. 둘 다 업무적인 문제로 만난 사람이었지만, 업무의 문제점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저렇게 말해서 내가 돌아 버리는 줄 알았다. 아마 저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단지 상대방을 눌러 버렸다는 쾌감을 느끼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일 것이다.
당시의 난“지금 회의를 하자는 거지 말싸움을 하자는 겁니까?”라고 말하면서 넘어 갔지만, 그때의 회의가 제대로 이루어졌을 리는 만무하다.
그런데 웃기는 건, 내가 저 말들을 가끔씩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게 짜증나는 소리라는 걸 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게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스스로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내가 아는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나의 그런 화법에 분기탱천하며 나처럼 열심히 뭔가를 끄적이고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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