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11대 총장 '장 상', 그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최초로 여성 총리가 될 뻔했다.

그를 총리 후보로 지명한 순간, 한국의 언론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남자들중에 언론에 몸담고 있던 인간들은 난리가 났다. 물론, 다른 남자들도 난리가 났다.

다음날 신문의 헤드라인은 'CIA 김대중 대통령 유고 가능성 시사'라는 류의 제목으로 도배가 되었다. 그리고 나온것이 대통령 유고시에 국군의 통수권을 총리가 가지는데, 그걸 과연 여성에게 맡겨 둘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몇일간 이 땅의 언론은 대통령의 안위에 대하여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간 열심히 여당과 대통력을 씹던 한나라당도 대통령의 짧을 지도 모르는 수명을 걱정했고, 매일매일 청와대와 민주당을 씹던 일부 언론들도 대통령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의 정치적 미래는 밝아 보였다.

김대중 대통령이 그때까지 이렇게 적극적인 언론과 야당의 지지를 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이렇게 적극적인 지지를 받을때, 그간 미뤄뒀던 어려운 법들을 모두 통과시키고, 밝은 대한민국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적극적인 지지를 기반으로한 김대중 대통령의권력은3일천하가 되고 말았다.

이후 '장 상'씨의(당시 총리서리) 몇몇 인간적인 실수가 들러나자, 언론은 '유고'에 대한 이야기는 더이상 하지 않았다. 그들도 '유고 가능성'이라는 논리가 얼마나 조악했는지를 스스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그래서 '유고 가능성'이라는 문장을 더이상 언론에서 찾아 볼 수 없게 되었을때,장 상 총리서리의 작은 실수는 히말리야 산 정상에서 구르기 시작한 작은 눈덩이 처럼,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국 최초의 여성총리의 가능성은 여름햇살 아래 눈덩이 처럼 녹아 사라졌다.

그때 난 그 뉴스를 처음 보는 순간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CIA 김대중 대통령 유고 가능성 시사. 라니... 이 얼마나 치졸한 변명인가 말이다.

여성이 총리로 지명되었다고 해서, 멀쩡히 살아있는, 그것도 대통령 임기말에 유고를 걱정하다니...

대한민국이라는 땅에서 여성은 정상인이 아닌 장애인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사건이었다.,

오늘, 헌재의 판결을 봤다.

난 간만에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서울의 수도로서의 지위는 조선 성종 때 완성된 조선의 기본 법전이었던 경국대전에 반영됐고, 경국대전은 이후 개정없이 500여년의 장구한 기간 계속 국가 생활의 기본적인 최고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유지했다”

이 얼마나 조악한 이유인가? 1948년 헌법이 만들어진 이후, 이땅은 법치국가로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 헌법에 수도가 명문화 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그걸 정당화 하기 위해 조선시대의 법인 '경국대전'을 들먹이다니.... 경국대전이 개정이 없었던건, 그 나라가 망했기 때문이다. 지금 망한 나라의법을 들고와서 수도를 들먹이는 것인가? 차라리 일제 시대 일본 헌법을 들고와서, 이 땅의 수도는 동경이라고 말하면, 더 확실한 판결을 내릴 수 있었을 터인데, 왜 그건 사용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이 시대의 이 땅은 '대한민국'이 아닌 '조선'이란 말인가? 1470년에 말들어진 이 경국대전이 2004년인 지금에도 법적인 효력을 가지고 있다니... 이땅의 지배하는 논리는 성문법이 아닌 불문법이란 말인가?

법을 어겼는지 어기지 않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법에 그 행위에 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어야 한다. 만일 법에 그 행위에 대한 기록이 없다면, 그것은 법을 어긴것이 아니다.

그것이 성문법의 기본 원리이다. 즉 죄가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법이 죄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헌재는 법에 기제가 되어 있지 않으니까, 법에 기제한 다음에 다시 이야기 하자고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논리를 정당화 하기 위해서 경국대전을 들먹이고 있는 것이다.

정말 조악하기 짝이 없는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장 상'의 사건 때는 이땅의 남자라는게 쪽팔렸는데, 이번에는 이 땅의 시민이라는게 쪽팔릴 따름이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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