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빠져 있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다녔던 성당(성공회였다. 성공회는 영국국교회의 한국식 이름이다.)에서는 1달에 한번씩 중등부와 고등부를 모아 놓고 성경 퀴즈를 했다. 다음 퀴즈의 범위는 그 퀴즈 대회가 끝나고 곧 알려 주었고, 나는 성경을 읽었고 퀴즈에 참가했다. 난 그곳에서 중학교 1학년때 처음으로 중등부 개인 1등을 했고, 나중에는 성당에서 모든 부가 대표를 뽑아서 참가하는 성경 퀴즈 대회에서 중고등부 대표로 출전을 했다.(그때 성적이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면 그리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나 보다.)

그때의 나는 성경을 참 좋아했다. 그건 역사를 좋아했던 내 취향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난 새로운 교과서를 받으면, 세계사와 국사책을 그냥 소설책 읽듯이 읽었다.

그런 취향 덕분에 나에게는위인전 같던 '신약'보다는 '구약'이 더 매력 적이었다.

특히 이스라엘의 역사와 같았던 모세 5경(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은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시(詩)'에도 미쳐 있었음에도 윤리 교과서 같던'시편'이나 '잠언'은 졸릴 뿐이었다.

암튼 10대 초중반 시절의 나에게 있어서 성경은 참 좋은 친구였다.

그리고 거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중에서 '아론'은 참 매력적인 인물로 다가왔다.

그는 언변이 좋아서 출애굽을 할 때, 말빨 딸리는 모세를 위해서 파트너가 된 사람이다. 모세의 참모 격이었으면, 이스라엘 최초의 대 제사장이었으며,출애굽한 이스라엘 무리들의 2인자였다. 모세가 자리를 비웠을 때는 모세를 대신해서 이스라엘의 백성들을 인도 하고, 통솔하였다.

하지만, 그는 너무도 인간적이었다.

성경에서 보면, 몇번인가 아론의 인간적인 실수가 보여진다. 가장 큰것은 모세가 시네산으로 '십계명'을 받으러 간 사이에 결국은 백성들의 청원을 받아 들여 그들의 귀중품을 모아 우상(아마도 황금 송아지 였을 것이다.)을 만듬으로서 모세의 진노를 산 것일 것이다.

그런 커다란 실수 때문일까? 이스라엘 최초의 첫 대제사장이었음에도 아론은 별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난 그런 아론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인생이라는 사막에서 비틀비틀 걸어간 그의 인간적 자취에 가슴이 아파왔지만, 또 그런 인간적인 모습이 나를 자극했다.

그의 불행은, 그가 너무도 인간적이었다는데 있고, 그의 곁에 너무도 신의 사자다운 '모세'가 있었다는 것이다.

모세가 난 입이 둔해요라며 출애굽의 신탁을 거부했을 때, 아론이 거명될 정도로 화술이 좋았던 그가, 단지 부족했던 카리스마와 인간적인 모습으로 인하여 그는 적절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은 난 아론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한때 내가 그처럼 매력을 느꼈던 인물이었지만... 이제는 그냥 아련한 추억이 되었을 뿐이다.

내가 교회를 떠나고 성경을 손에 놓은 지금의 난, 그냥 나로 남고 싶다.

스스로를 잃지 않고, 스스로의 걸음으로 이 사막같은 인생을 추적추적 걸어가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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