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PDA라는 놈을 만난것은 모 잡지에서 경품으로 받은 1M 짜리 셀빅 NX였다.

투박하게 생겼지만, 스크롤을 위한 키의 배치가 좋아서 E-BOOK을 익기에는 무척 좋은 기기였다. 더군다나 PDA의 초보였던 나에게 한글 OS는 상당한 매력이었다.

그렇게 난NX를 통해서 PDA의 세계에 빠져 들었다.

PDA는 주로 PIMS의 역활을 위해서 최적화되었고, 그러기 위해서 만들어졌던 기기였지만, 내가 처음 PDA를 사용했을 때는 어디까지나 E-BOOK을 보기 위함이었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1M라는 살인적인 용량은 다른걸 할수 없게 했다 --; 책 몇권 넣으면 끝이니 ;;;)

난 그렇게 셀빅NX를 가지고 '은하영웅전설'을 읽었다.

그리고 어느날 한 후배가 말했다

"형, MP3처럼 텍스트 파일을 넣어가지고 다닐 수 있는 기기를 만들면 잘 팔리지 않을까?"

뭔가 새로운 아이디에어 반짝거리는 후배의 눈을 보며, 난 슬며서 NX를 꺼네어 보여주면서 그의 장미빛 환상을 깨버렸다. 그런건 백만년 전에 나왔단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후배는 엄마에게 뭐라고 거짓말을 해서 'NX'를 장만했다.

한참 잘 쓰던 녀석은, 지금 PDA를사용하지 않는다.

나의 두번째 PDA는 VX였다.

NX의 OS업그레이드를 하다가, 뻑이 나 버린 후에, 난 PDA의 세계에서 멀어졌다. 대신 커플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런데, 나의 여친은 PALM VX를 사용하고 있었다.

난 VX의 그 아름다운 자태에 눈이 멀고 말았다. 그 컴팩트하고 심플한 디자인, 알루미뉴바디, 변강쇠를 능가하는 그 엄청난 밧데리.... 더군다나 8M, NX의 1M에서 한계를 느꼈던 나에게 8M란 운동장과 같았다.

난 여자 친구와 같은 VX를 구입했다. 그리고 그 8M를 활용하기 위해서 이곳저곳을 쑤시고 다녔다.

당시 내 주위에서 PALM을 쓰고 있는 사람은 여자 친구 뿐이었다. (지금도 그리 많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PDA를 쓰고 있는 인간들이 좀 늘기는 했다.) PALM은 개념을 잡기가 어려웠다. E-BOOK을 넣는 방법도 모르겠고, 남들은 어떻게 클리핑을 한다는데, 난 그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면서 삽질을 하는 날 보고, 내 여자 친구는 KPUG.NET을 알려주었다.

난 그곳에서 많은 정보를 얻고, 새로운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새롭게 빠져든 세계가 PIMS였다.

PIMS는 Personal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의 약자다.

8M에 뭘 넣을까를 고민하던 나에게 Agendus라는 프로그램과 접하게 된것은 한마디로 행운이었다.

지금은 Agendus말고도 다른 많은 PIMS 프로그램을 써봤지만, 난 이 보다 마음에 드는 일정관리 프로그램은 아직 보지 못했다. 만일 내가 처음 만난 일정관리 프로그램이 Agendus가 아니라 다른 허접한 것이었다면, 난 PIMS라는 세계에 그렇게 쉽게 빠져들 수 없었을 것이다.

게임을 별로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8M는 진정 운동장 이었다.

이북을 보기위한 ISILO로, 일정관리를 위한 Agendus, 그리고 기타 자잘한 프로그램들을 넣고도 너무 공간이 널널하게 남아서, 그곳을 E-BOOK으로 꽉꽉 눌러 담고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쓸만한 사전의 DB파일이 8M를 가뿐하게 넘어가 버리기 때문에 사전을 활용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VX는 나에게 너무도 만족스러운 기기였고, 난 기변을 해야할 아무런 이유도 찾지 못하고 있었다. T3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T3를 만났다.

64M라는 태평양 만큼이나 넓은 메모리와 확장 슬록까지 가지고 있는 이녀석, 더군다나 칼라, 320 X 480이라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해상도와, 4.3"라는 어마어마한 액정의 크기, 그것도 슬라이드 방식! 뽀다구 만빵의 메탈 바디. 400Mhz의 강철의 CPU탑제....

지름신이 나에게 강림을 했던 것이다. 난 그의 은총으로 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VX로 내가 할 수 없는 건 없어, 난 이거면되!'라고 수십번 속으로 되뇌었지만, 결국 한달을 버티지 못했다.

한달간 인터넷 쇼핑몰에서 그녀석의 아름다운 자태에 넋을 잃고, 좀비가 되어 있던 나는, 어느날 정신을 차려보니, 왼손은 카드, 오른손은 키보드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모니터에는 결제 완료창이 환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으니.... 절망과 환희가 동시에 찾아오는 그 묘한 감정을 누가 알아줄런지....

그렇게 나의 3번째 PDA를 만나게 되었다.

아, T3를 받아 보았던 그 순간의 떨림은 LOMO를 처음 받아 들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박스의 포장을 벗기는 나의 손이 흥분으로 살짝 흔들릴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그 포장을 깨고 나온 은색의 눈부신 자태~ ㅠ_ㅠ 감격스러웠다.

VX때는 여차친구가, 케이스를 선물로 사줬다. 난 그 케이스를 개조해서 T3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 돈을 들여 관려기기들을 사기 시작했다. 처음에 산것은 액정 보호지였다. 그전까지는 국민은행 통장 비닐을 사용했지만, 우연히 클리에를 사용하는 후배를 만나서 액정보호지의 그 강력한 성능을 본 다음에 난 액정보호지를 구매를 했다. 그렇게 돈지랄이 시작되었다.

T3는 다 좋은데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밧데리가 조루라는 거였다. 한번 충전하면 2~3주는 가뿐하게 버텨주던 VX에 비한다면 E-BOOK이라도 읽으라 치면 하루를 버티지 못하는 T3의 밧데리는 너무도 아쉬운 점이었다. 그래서 난 '돌돌이'라는 싱크와 충전이 가능고 휴대성이 좋은케이블을 구입을 했다.

하지만, T3에는 또 하나 단점이 있었으니, 이것 저것 아무리 넣어도 64M를 채울 수 없는 이 운동장 같은 메모리에, 10M 이상의 용량은 전송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 후배가 쓰지 않는 32M짜리 SMC를 얻어서 그곳에 영한사전용 데이터 파일을 넣었다. (이후 여차저차해서 64M SD카드도 구하게 되었지만 역시 내 돈 주고 사지는 않았다.)

이제 더이상 나에게 부러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정도면 완벽한 PDA Life를 즐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건 나의 오산이었다. 멀리서 그렇게 돈지랄 하던 날 지켜보던 지름신은 내가 방심한 틈을 골라 '키보드'라는 새로는 뽐뿌의 세례를 주었으니까 말이다.

키보드, 강철의 CPU를 탑제한 T3에 키보드까지 달아 준다면, 데스크탑 조차 워드로쓰는 나로서는 노트북 부럽지 않은 조합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돌돌이 케이블까지 있는 마당에, 더이상 밧데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Ultra-Thin 키보드가 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건 새것을 살 수가 없었다. 너무 비?奐 때문이다.

난 지름신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중고장터만을 노려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름신은 키보드에 관한 뽐뿌를 나에게만 준 것이 아니었다. Ultra-Thin 키보드가 매물로 나오면, 누군가 벌써 예약을 해 버렸다. 언제나 한발 늦게 그 매물을 보고 난 땅을 치고 있었다. 정녕 저 비싼 키보드를 제돈 다 주고 사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하늘은 나를 버리지 않았다.Ultra-Thin 키보드가 메물로 올라온 것이다. 첫번째 게시물도 아니고, 3~4번째 게시물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예약을 하지 않았다. 난 당장에 그 게시물로 달려 갔고, 가서 보니, 미끄럼 방지 고무가 하나 빠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무도 그 키보드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중고 매물 보다 무려 2만원이나 싼 가격에 매물이 올라와 있었다. 생각할 틈이 없었다. 혹여 나같이 저정도 문제는 너무도 가벼운 문제야... 라고 생각하면서 누군가 벌써 예약을 해 버릴것 같았다.

난 당장 예약을 한다는 글을 남겨 놓고, 매물을 내놓은 사람과 통화를 해서, 키보드를 구입했다. 하지만, 배달 사고 였을까? 나에게 배달된 물품은 조금 망가져 있었다. (그분이 직거래를 원했지만, 내가 시간이 없어서 택배로 보내달라고 했으니까, 아마도 보냈을 당시에는 이렇게 망가지지 않았으리라고 생각을 했다.) 매물을 내놓은 사람과 상의를 해서, 난 이 제품을 싱가포르에 AS를 보냈다. 그리고 도착한 것은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제품이었다.

오오... 정녕.. 새옹지마는 있었던 것이다. 1/3의 가격으로 난 신품 Ultra-Thin 키보드를 손에 쥐게 된것이다. ㅠ_ㅠ

그렇게 나의 돈 지랄은 끝이 났다.

그렇게 PDA에 키보드를 달아주고 나서, 나의 PDA Life는 조금 변했다.

기존에는 주로 PIMS와 E-BOOK으로 사용했지만, 이제 거기에 워드가 추가 되었다.

PIMS를 이용해서 일정을 관리하고, 외출시에는 전철에서 E-BOOK을 읽고, 뭔가 글을 작성해야할 일이 있다면, 워드로서 활용을 하고 있다. PDA는 그렇게 내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해 가기 시작했다.

지금의 이 글도 난 PDA로 작성하고 있다.

나중에 데스크탑에서 교정을 보고, 수정을 하게 되겠지만, 그래도 초벌은 PDA를 가지고 주로 작성한다. PDA로 글을 쓰는 것은 키보드로이용하기 때문에 데스크탑과 같은 행위 위에 있다. 하지만, 뭔가 데스크탑으로 글을 쓰는 것 보다, 묘하게 글빨이 사는 것 같다. 연필과 볼펜을 들었을 때의 그 미묘한 감성의 차이라고 할까?

아무튼,지금의 난,아무런 걱정 없이PDA Life를 즐기고 있다. 더이상의 뽐뿌도 없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나온 T5는 나에게 뽐뿌를 주기에는 2% 부족한 감이 있었다.

요즘 PDA가 많이 보급되었다. 스마트폰이라고 해서, 휴대폰과 PDA가 결합된 형태의 제품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아직 무선인터넷이 요금이 현실화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PDA를 사용하고 있는 나에게 스마트폰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새롭게 휴대폰을 장만 하려는 사람에게, 난 스마트폰을 권하고 있다. PDA가 가지고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그 편리함을 느껴봤으면 하는 마음에 말이다.

PS.

옛날 다이어리를 사용해 볼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비싼 돈 주고 산 다이어리는 번번히 먼지만 쌓이고, 주소록 이상의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 내가 PDA를 통해서 다이어리 이상의 기능을 활용하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아이템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PDA는 그런 아이템으로서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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