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에나 이상향이 있다.
유토피아, 무릉도원, 에덴동산, 원더월드 등등등
....

그리고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상향이 있다
.
사람은 자신이 살고 현실세계에서는 만족을 못하는 법일까? 어느시대에서나 지금보다 부족함 없는 세계를 꿈꾸고, 그런 이상향을 만들어왔다
.

이런 거창한 것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평상시에 자신만의 작은 이상향을 설정한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처럼 구체적인 세계를 그리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가보았던, 혹은 자신의 경험 안에 있는 가장 이상과 가까운 현실 속에서 그곳을 추억한다
.
그리고, 은퇴를 한다면, 혹은 하늘에서 돈벼락을 맞는 다면, 이 곳을 떠나 그곳에 안주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산다
.

그리고 그런 장기적인 계획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의 잠시의 일탈 속에서 편안한 장소를 찾아 몇 일쯤 쉬기를 바란다. 이 콘크리트 로드를 떠나 컨츄리로드 위에서의 평안을 꿈꾸면서 말이다. 그래서 고향은 그들에게 의미가 된다
.

고향은 그처럼 경험에서 우러나올 수 있는 이상향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고, 소시민의 이상향과 가장 근접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고향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

고향이 이상향이 된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모두가 자신을 버려도 자신을 안아줄 누군가가 있는 곳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거친 도심에서 단지 그곳에 발을 들여 놓았다는 이유만으로 온몸으로 환영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안도감 때문일 수도 있고, 자신이 지켜야 할 사람이 그곳에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

하지만, 성급하게 판단을 하자면, 이런저런 이유를 다 차지하더라도, 그처럼 자신이 돌아갈 곳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기심이다
.
물론 그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역시나, 이런 극단적인 결론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 그것이 이기심인지를

우리에게는 1년에 한두번 내려가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 이벤트이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곳은 생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도심에서 모든 문화적 혜택을 누리면서, 좀더 교통이 편리해지길 바라고, 좀더 편리한 도구가 나오길 바라고, 더 살기 쾌적한 공간이 되기를 바라면서... 시골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있기를 바란다.

물 한번 기를려면, 아침마다 물동이를 이고 우물로 달려가고, 추운 겨울을 위해서 집 한 켠에는 장작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읍내라도 나갈라치면 하루에 2번 오는 버스시간을 신경 써야 하는 그런 곳으로 남기를 바라는 것이다
.
그리고 일년에 1~2번 내려 가서 옛날 향수에 젖어 '그래 이런 게 사는 게 사람이 사는 거야, 도심은 너무 삭막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결국은 도심에서의 생활을 포기하지 못하고 일상으로 돌아와 버리는 것이다
.

그리고 반년 후, 혹은 일년 후 자신이 다시 이곳을 찾을 때 이곳은, 여전히 이런 모습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야 불편하건 말건.... 자신은 도심에서 모든 것을 누리면서 말이다
.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나빠서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해 왔고, 그럴 것이다. 이건 어쩌면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인간의 원초적인 노스텔지어 일지도 모른다. 기독교적 사고관 안에서 태어나면서 죄를 떠안고 태어난다는 원죄처럼, 이것도 어쩌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결코 뗄래야 뗄 수 없는 노스텔지어 일지도 모르겠다
.

그리고... 그런 소망은, 이 노스텔지어가 만들어내는 귀여운 이기심일 것이다.

'Life > Scraw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컴퓨터 초기 셋팅에 관한 넋두리  (0) 2004.10.10
나오긴 나왔는데 말이지...  (0) 2004.10.07
'아론'이고 싶었던 나  (0) 2004.10.04
일부 기독교인에 관한 단상  (1) 2004.10.03
G-mail 예찬  (0) 2004.10.03
김형태 글에 관한 반론  (4) 2004.09.24
관음증과 노출증  (2) 2004.09.22
박꽃에 관한 짧은 단상  (0) 2004.09.21
행복에 관한 짧은 단상  (0) 2004.09.10
친일 청산법에 반감을 가진 일본인들에게  (0) 2004.09.0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