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증과 노출증

인터넷으로 자신의 일상 속에서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쓴다는 것은, 같은 글을 쓰더라도 일기장에 글을 쓰는 것 하고는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의 일정한 공간에 정기적이든 비정기이든 간에 꾸준히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 나의 글을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가 아는 사람들이 내 안의 복잡 다난한 마음을 알기를 꺼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렇게 글을 쓰는 사람들이 글을 비공개로 두고 쓰냐면, 꼭 그렇지도 않다.

, 내가 모르는 사람은 이 글을 읽어 주길 바라면서도, 내가 아는 사람은 이 글을 읽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미묘한 노출증이라고 할까?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난 다른 사이트에서 블로그를 운영했다. 그곳에는 정말 내 안의 많은 갈등들을 담고 있었다. 그럼에도 난 그것을 공개해 놨다. 그리고 누군가 던져주는 위로의 말에 스스로 위안을 느끼면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덜컥하니 아는 사람이 그 불로그를 우연히 방문했다. 난 당황했고, 즉시 그 블로그를 폐쇄해 버렸다. 정말 미묘한 노출증이다.

결국 사람들은 익명성의 세례를 받기를 원한다. 그래서 마치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듯이 자신을 가장하고, 글을 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나의 흔적을 발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진들도 내가 직접 찍은 사진보다는 인터넷에서 긁어다 쓰는 것이 더 많기 때문에, 내가 올린 사진을 보고 나라고 인지하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역시 미묘한 노출증이다.

관음증에 관해서 이야기 해볼까?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당연하게도 다른 이들의 블로그를 구경하고 다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블로그를 정독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의 멀티미디어한 추세 덕분에, 긴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블로그를 한번 훑어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정작 쉽사리 눈이 가지는 않는다.

그러다, 가끔씩 눈을 고정시키면서 그의 모든 포스트를 보게 되는 블로그들이 가끔씩 있다.

잘 정리되고, 좋은 정보를 주는 글인 경우가 많지만, 그것보다는 정말 다분히 개인적인 갈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써있을 때 더욱 눈이 가게 된다.

마치 타인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물론 일기를 훔쳐 볼 때 만큼의 스릴은 느껴지지 않지만, 그 소소함과 걸러지지 않은 감정의 표현이 잡아 끄는 눈길은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게 만든다. 이건 아주 묘한 관음증이다.

인터넷은 그렇게 일부이기는 하지만, 그런 관음증이라는 수요와 노출증이라는 공급의 법칙에 따라, 일정 정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나 역시도 이 법칙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위에서 언급했던 사건 때문에, 난 이곳에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올리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지인들에게 내가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고 알리고 싶지도 않다.

그러면서도 많은 이들이 내 블로그를 방문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정말 아주 미묘한 거미줄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는 코끼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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