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내 기억 속에는 머리 6개 달린 괴물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름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아무튼 그 괴물은 다른 괴물들과 취향이 비슷해서 이쁜 공주를 잡아갔고, 국왕은 군대를 보내 공주를 구하고자 하지만, 군대는 전멸을 당한다.
그리고 해성같이 나타난 몸매 좋고, 쌈실력 발군의 남의 나라 왕자가 등장해서 '공주와의 결혼'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뭐 결혼하고 나면 딸려오는 부록이 많기는 하겠지만…) 이 머리 6개 달린 괴물을 물리치는데 성공한다.
웃긴 건, 군대를 몰살 시킬 만큼 굇수계에 짱이었던 괴물이 독고다이로 달려드는 왕자에게 너무도 무기력하게 쓰러진다는 것이다.(아마도 왕자의 외모에 눈이 부셔서, 잠시 한 눈 파는 사이에 찔린듯….)
암튼 뻘 소리는 여기까지 하고, 이렇게 머리가 6개나 달린 넘이 등장했다.
괴물 같은 성능을 가지고 있지만, 내 지갑을 납치 할 것 같은 넘이다. 아쉬운것은 내 지갑을 찾아 줄 왕자가 없다는것….
그 정체는 이미 제목에서도 알겠지만 인텔이 최근 발표한 서버용 CPU '제온 7400'이다.
초기 컴퓨터 시장에서 CPU의 경재은 얼마나 높은 클럭을 내느냐의 경쟁이었다.
각 CPU 제조사들은 8086,80286,80386과 같은 하드웨어적인 클럭의 수치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성능경쟁을 벌였는데, 당시에는 20Mhz의 속도가 높아지면 세상이 열광하고 업그레이드를 위한 광풍이 볼곤했다. (하지만 지금은 200Mhz가 올라가도 다들 눈 하나 깜딱이지 않는다.) 이런 경쟁이 2Ghz로 넘어가면서 시들해 지더니, 이제는 멀티코어의 경쟁이 붙었다.
인텔이 2006년 코어 두개를 이용해서 멀티코어 CPU 시장을 열었을 때, 그리고 2007년 쿼드코어 시장을 열었을 때, 세상은 오랜만에 열광했다. 서버도 데스크탑도 다들 멀티코어 제품으로 갈아타기 위해서 금고와 지갑을 열었다. (인텔에게 이보다 열렬한 환영이 있을 수 있을까?) 그리고 오늘, 드디어 머리가 6개 달린 식스코어 세상이 열렸다.
물론, 오늘 발표된 제품은 일반 소비자용이 아니라, 서버용 제품이다. 소비자들이 사기에는 터무니 없는 가격이기도 하고 또 아직은 이 CPU를 지원하는 메인보드가 시장에 출시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손에 들어온다고 해도 그림의 떡이라고 할 수 있다.
성능은 가히 괴물이라고 할만하다.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에는 여러가지 환경적 제약이 많이 따르기 때문에 주머니 털릴일은 없지만, 쿼드코어 대비 와트당 1.5배나 효율이 좋아졌고, 멀티테스킹 시에는 어플리케이션마다 다르겠지만 약 3배의 성능 향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뭐, 이렇게 비약적인 성능이 발전 할 수 있었던 건, 기술이 좋기도 해서겠지만… 역시나 2개 이상의 CPU를 장착할 수 있는 서버제품군의 특징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순히 비교해 보자면 서버제품 중 많이 사용되는 4소켓 제품에 쿼드코어 대신 식스코어를 사용하면 4*4=16 에서 4*6=24 즉 쿼드코어 CPU 2개를 더 장착한 것과 같은 수치가 나오는 것이다. (어플리케이션에 따라 꼭 이렇지만은 않지만… ) 특히 이번 제품은 총 16개까지 소켓수를 확장 할 수 있다고 하니… 그럼 코어수가 몇 개인 거야? (2자리 이상 곱하기는 싱글코어인 나의 뇌 성능 문제로 생략 - -;)
그런데, 이 넘도 약간 문제가 있다. 인텔의 정책에 따르면 올해 말쯤에 일반 유저를 대상으로한 네할렘이라는 새로운 CPU가 나온다. 가장 큰 특징은 기존에는 CPU 밖에 있던 메모리 컨트롤러를 CPU안에 넣음으로써 데이터 처리속도를 높였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CPU의 플랫폼 자체가 완전히 바뀌게 된다. 단순하게 말하면, 몇 달 후에는 메인보드까지 갈아치워야하는 전혀 새로운 놈이 등장을 하는 마당에, 굳이 돈 들여서 이제 곧 구닥다리 플랫폼이 될 식스코어를 살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서버용 네할렘은 2009년 말에 에잇코어 형태로 나오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시장에서는 이 제품이 과도기적인 제품이 아니냐며… 조금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거다.
아무튼, 괴물 같은 놈이 등장을 했다는 거고, 이 괴물은 우리 같은 하빠리 병사는 손으로 튕겨 잡을 만큼 강한데 우리의 지갑을 지켜줄 차밍한 왕자는 등장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거다. 왕자가 등장하는게 먼저일지… 이 괴물이 진화하는게 먼저일지 천천히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지켜보는게 재미있을까?)
'IT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Paper대마왕을 물리쳐라. Amazon, Kindle DX (0) | 2010.06.17 |
---|---|
슬림 노트북 2차전 - 누가 더 연필심을 얇게 깍는가? (0) | 2009.04.29 |
AMD, 넷북플랫폼 유콘(Yukon) 大 실망 (3) | 2009.03.31 |
Dell Latitude E4200 - 소니의 탈을 뒤집어 쓴 Dell? (2) | 2009.01.12 |
삼보 MID 루온 모빗, UMPC전철 밟나? (0) | 2008.12.16 |
퍼스널 컴퓨터의 대중화에서 클라우드 컴퓨팅까지 - Intel Story (0) | 2008.11.11 |
퍼스널 컴퓨터의 대중화에서 클라우드 컴퓨팅까지 - MS Story (0) | 2008.11.11 |
퍼스널 컴퓨터의 대중화에서 클라우드 컴퓨팅까지 - IBM Story (0) | 2008.11.11 |
나는 왜 구글폰과 아이폰에 열광하는가? (0) | 2008.09.25 |
Ultra Thin Keyboard (3) | 2004.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