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의 역량을 과소평가하지 마라.>
당신은 대마법사 멀린이다.
당신은 브리튼을 강대하게 키워줄 인물을 찾기 위해 한자루 칼을 바위에 꽂아 놓는다.
그 때 한 꼬마가 다가와 칼을 뽑겠다고 한다. 위대한 마법사인 당신은 그 아이에게 기회를 주겠는가? 아니면 꼬마가 올 자리가 아니라며 쫒아 버리겠는가?
아더왕의 전설을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꼬마에게 기회를 준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꼬마에게 기회를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 엄청난 근육맨들과 날고긴다는 기사가와서 힘을 써도 꿈쩍도 하지 않은 칼이다. 그런데 여리여리한 꼬마가 그걸 하겠다니... 당신은 기가 찰 것이다.
그런데, 그 꼬마가 당신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당신의 부하직원 이라면 믿겠는가?
믿어라. 사실이다.
<엑스컬리버를 흔든 꼬마 - 고양시 페이스북 담당자.>
성공한 SNS 마케팅의 주요 사례로 꼽히는 고양시의 SNS.
지자체들은 물론이고 SNS 마케팅 컨설턴트들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 사례를 칭찬하고 벤치마킹 할 것을 강조한다.
물론 좋은 사례지만, 진짜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은 엑스칼리버를 높이 치켜든 영웅의 모습이 아니라, 그 칼을 뽑기 위해 단위로 올라간 꼬마의 발걸음이다.
고양시의 SNS 담당자는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많은 돈을 주고 스카웃한 전문가도 아니다. 늘 그자리에서 남들처럼 고만고만한 나무칼로 전쟁놀이를 하던 꼬마였을 뿐이다.
이 꼬마가 '제가 엑스칼리버를 뽑아 볼께요'라고 말했을 때, 담당자들은 모두 코웃음을 쳤다. 그 코웃음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유치하다, 기관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 등등등...
그런데 그 꼬마가 상사의 말을 듣지 않고 엑스칼리버에 손을 댄거다.
SNS 담당자가 고양이 아이콘을 만들어서 상사의 허락도 얻지 않고 프로필 사진을 바꿔 버렸다.
하지만 상사의 질책이 두려워 금방 원래 이미지로 복구해 버렸다. 그 짧은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그 프사를 보고 고양시 SNS담당자의 센스를 극찬했고, 지금까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그 꼬마의 손에 엑스칼리버가 움직였던 것이다.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사람들은 칼을 뽑아 보라며 응원했고, 꼬마는 단숨에 엑스칼리버를 들어 올렸다. 그렇게 탄생된것이 고양시의 고양고양 캐릭터고, 고양시의 SNS다.
세상에는 빛을 보지 못한 능력자들이 많다. 내가 본 사람들 중에도 날개가 묶여서 날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그들은 늘 오너에게 말한다. '제가 엑스칼리버를 뽑을 수 있을것 같아요'라고, 하지만 오너들은 그들의 말을 귓등으로 듣는다. 그리고 외부에서 근육질의 바바리안이나 이름난 기사를 영입해 온다. 하지만 그들은 칼을 뽑지 못한다. 그 칼을 뽑기 위해 필요한건 근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맥락이 중요하다.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를 적용해도 맥락이 없다면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한다. 그 맥락을 가장 잘 집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지금 당신과 함께 일하고 있는 그 부하 직원이다.
그 직원이 '제가 엑스칼리버를 뽑아 보겠습니다'라고 지금 당신에게 말하고 있다.
당신의 눈에는 비리비리한 꼬마일 뿐이겠지만, 그는 어쩌면 브리튼의 부흥기를 가져올 아더왕일 수도 있다.
위대한 마법사 멀린이여... 당신에게 아더가 없다면, 당신은 위대한 마법사가 아니라 언젠가 돌에 맞아 죽을 괴물의 사생아일 뿐이다. 그러니 제발... 그 꼬마에게 기회를 줘 보길 바란다. 큰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작은 기회를 주는 거다. 뽑는다면 당신은 브리튼의 영광의 역사를 쓸 것이고, 아니라면 새로운 아더를 찾을 때 까지 기다리면 되는 것 뿐이다. 손해볼건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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