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음반을 처음으로 접한것은 아마도 중학교 때였을 것이다.
당시 어렵게 구했던 워크맨으로 난 이 테이프를 듣고 듣고 또 들었다.
혹여 테이프가 늘어날까봐 복사판까지 떠서 그것을 듣고 듣고 듣고 또 들었다.
이 음반의 구성은 CANON이라는 곡 만큼이나 단순 명쾌하다.
음반의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CANON 한곡뿐이다.
다만 연주한 사람이 틀리고, 연주한 방식이 틀릴뿐이다.
당시의 나는 왜 그렇게 CANON에 빠져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무생각 없이 들렸던 음반가계에서 이 테이프를 보는 순간 울컥하는 심정으로 당장에 사버렸다.
그전까지 내가 들었던 CANON은 오로지 George winston의 변주곡 뿐이었다.
Pachelbel의 원곡조차 듣지 못했던 나로서 CANON이라는 곡이 가지는 의미는 크지 않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되고 연주되어 있는 이 음반은 굉장히 욕심이 나는 음반이었다.
도둑이 들었을 때였을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빌려줬을까? 내가 아끼던 이 음반은 어느 순간 내 손을 떠나고 없었다. 그리고 몇일 전 난 이 음반을 다시 접할 수가 있게 되었다.
누구의 연주였으며, 어떤 악기로 연주되었는지도 모르고 듣던 시절에도 난 이 음반을 좋아했지만,
이제는 세상의 많은 것이 눈이 들어오면서, 그만큼 많은 것들이 귀에 들리게 된 지금에서 다시 접한 이 음반은 역시나 명반이었다.
가는 음색으로 여리게 흔들리는 관악기의 애처로움이나, 첼로의두터운 줄을 타고 흐르는 CANON 고유의 부드러움등이, 철 없던 시절에 접했던 시절에 몰랐던 더 많은 것을 깨달게 해주고 있다.
잊을 수 없던, 하지만 잊어야만 했던 옛 친구를 만나는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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