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 이후, ‘기록’의 땅에 양피지, 한지, 파피루스등의 다양한 세력들이 자신들의 힘을 앞세워 천하통일을 꿈꾸던 그 때에, 홀연히 등장한 ‘Paper’ 대마왕. ‘기록’의 대지를 천하통일하고 많은 백성들은 대마왕의 지배 아래에 고통스러운 삶을 영위해 가고 있었습니다. 특히 오래된 나무들과 강과 하천이 큰 고통을 당하고 있었는데, Paper 대마왕은 종이 병사들을 양성하기 위해 나무를 베고, 그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다량의 화학약품을 사용한 후, 폐수를 강과 하천에 흘려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이라는 영웅이 Paper 대마왕의 압제로부터 그들을 구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섰습니다.

IT라는 창과 방패로 무장한 용사 ‘인터넷’은 얇디 얇은 Paper 대왕의 군대를 단숨에 베어버리고 Copy&Paste전법을 통해 정예병인 ‘신문’을 단숨에 흡수하여 덩치를 키웠습니다. 그리고 왕의 친위대인 ‘책’부대 역시 그 거대한 발로 짓밟아 버렸습니다.

 Paper대마왕은 절대 절명의 위기에 빠져버렸습니다. 하지만 P씨 가문이 그리 만만한 가문이 아니었습니다. Paper 대마왕의 압제에 못 이겨 ‘나는 절대 내 몸에 잉크를 묻히지 않겠다’며 몸을 피했던 Printer왕자는 Paper 대마왕이 위험에 빠지자 형을 돕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Printer왕자는 그의 충직한 신하인 '잉크젯 프린터'와 '레이저 프린터'를 앞세워 최신 기술인 ‘서류 러쉬 진법’을 펼치고 병사들을 ‘컬러’라는 최신 갑옷으로 무장을 시켜 반격을 개시하였습니다.

 Printer왕자의 활약과 서류진법에 막혀버린 영웅 ‘인터넷’은 Paper 대마왕을 물리치겠다던 계획을포기하고 자신의 이름을 딴 ‘인터넷 왕국’을 건설합니다. 그렇게 영웅 인터넷과 Paper대왕은 암묵적인 휴전 속에 각자의 영역에서 힘을 키우게 됩니다.

Paper대마왕은 Printer왕자의 힘을 빌려 전쟁 전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종이를 소비하게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전쟁이 있기 전보다 몇 배나 많은 종이 병사들이 생산되고 몇 배나 많은 나무가 잘려져 나갑니다.

영웅 인터넷은 국지전을 벌이며 신문들과 책을 흡수하면서 천천히 자신의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나무들의 비명소리와 강과 하천의 눈물을 지켜보던 영웅 인터넷은 드디어 본격적인 전쟁 준비에돌입합니다.

우선 지난 전쟁 때, 자신의 세력권 안에 있던 Printer왕자의 배반이 전쟁패배(?)의 원인이었다는 점을 반면교사 삼아 자신의 누이 '아마존'을 서점가에 잠입시켜놓기로 결심을 합니다. 그리고 뒤에서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Kindle DX’라는 최첨단 e-book을 비밀리에 완성시키게 됩니다.

Kindle DX… 이 가공할 무기는 ‘Paper대마왕’이 대적했던 그 어떤 세력보다 강력한 위협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페이퍼들의 장점인 ‘햇빛 아래에서도 보기에 무리가 없다’는 점과 과거 Printer왕자의 부하들이 입었던 컬러잉크만큼이나 강력한 혁신 성을 가진 e-ink라는 갑옷으로 무장을 하여 페이퍼와 유사한 가독성을 확보하기에 이릅니다. 동시에 9.7인치라는 대화면을 지원함으로써 페이퍼가 가지고 있던 장점을 대부분 흡수합니다.

거기다 오프라인 책들을 주로 판매하던 아마존의 인프라를 이용하여, 오프라인 책들을 대거 e-book으로 전향을 시킴으로써, 양적인 확대에도 치중을 하게 됩니다.

이후 인터넷은 3G라는 텔레포테이션 기술을 적용하여, 전향한 e-book들을 무선으로 Kindle DX에 탑승시켜 착착 전쟁의 준비를 마쳐가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누이인 아마존은 Paper대마왕의 강력한 동맹이던, 오프라인의 대학들을 설득하여, 몇몇 대학은 교제를 e-book으로 전향시킬 것을 약속 받으며 Paper대마왕의 세력을 잠식해 가게됩니다.
 
이제 모든 준비를 마친 영웅 인터넷은 Paper대마왕이 다스리는 왕국을 향해 2차 공습의 북을 울립니다.
영웅 인터넷은 Paper대마왕을 물리치고 숲의 나무들과 강과 하천을 구할 수 있을까요?


몇 년 전, 인터넷의 도래에 사람들은 ‘서적의 종말’을 이야기 했습니다.
‘종이 책이 사라질 것이다’ ‘모든 서류는 전자화되어 더 이상 사무실에서 종이를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예언 같은 말들이 인터넷의 가능성과 혁신성을 찬양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사무실의 종이 사용량은 인터넷 보급 전보다 몇 배나 늘었다고 합니다. 여전히 서점에는 많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환경운동가들에게도 이런 결과는 충격적이었을 것입니다. 인터넷과 함께 등장했던 하이퍼 텍스트에 대한 희망을 걸었으니까요. 인터넷과 IT를 통해서 문서가 전자화 되면 그만큼 종이를 덜 사용할 수 있게 되고, 그만큼의 나무를 더 지킬 수 있으리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종이를 생산하면서 사용되는 화학약품들이 강과 하천으로 흘러가지 않음으로써, 수질 개선에도 도움이 되리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가 일장춘몽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드디어 e-book이 등장을 했습니다. 특히 아마존의 Kindle DX는 최근까지 나온 e-book중에서 혁신성과 실용성이라 두 명제를 가장 잘 타협한 기기라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e-ink라는 최신 기술을 적용하여, 밝은 태양빛 아래에서도 높은 가독성을 보장하고, 9.7인치의 대화면 또한 커다란 매력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세계최대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에 뿌리를 둔 만큼 컨텐츠의 부족의 문제도 해결을 할 수 있으니 하드웨어적으로나 소프트웨어적으로나 탄탄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얼마 전에는 미국의 몇몇 대학들이 일부 교제를 Kindle DX용 e-book으로 전환하겠다는 발표를 한바 있습니다. 이쯤 되면 진정한 ‘종이 책의 종말’은 아닐지라도 ‘몰락’정도의 파급력은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되는군요.


A4한 Box를 사용하지 않게 되면 약 7~10그루의 나무를 보호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그만큼의 화학약품을 사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도 상당히 줄줄 들 것 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e-book의 보급은 환경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삼성에서도 e-book에 대한 마케팅을 슬슬 보이고 있고, 접히는 초박막 액정등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곧 국내에도 한글이 지원되는 최신 제품들이 등장 할 날이 멀지 않았을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각 기업들이 과연 이런 문제들을 고민해 봤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Green IT가 별건가요? 우리의 환경을 지킬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Green IT지요^^
 

Green IT라는 것이 어쩌면 이런 엉뚱한 곳에서 꽃을 피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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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쯤인가? 환경재단 블로그에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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