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새로운 전략을 발표했다. 요약하자면 SNS를 기반으로한 포털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뉴욕타임즈도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난 이 뉴스를 보면서 '왜 뉴욕타임즈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언론과 포털은 둘이면서도 한몸이지만, 그리 좋은 사이는 아니다. 과거 언론은 특히 신문사는 콘텐츠의 생산자인 동시에 유통자였다. 하지만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포털이 등장하면서 언론사는 콘텐츠 유통자라는 지위를 빼앗겨 버렸다. 


유통자의 지위만 빼앗긴 것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트래픽은 광고와 직결되고, 광고는 곧 언론사의 수익이다.

그런데 포털들은 자기들만의 플랫폼을 만들고 그안에서 모든것을 보여주면서 언론사가 가져가야할 트래픽을 포털의 트래픽으로 흡수해 버렸다. 즉 언론사의 수익을 중간에 가로채 버린 것이다.


여기서 누구나 드는 의문이 하나 있다. '왜 언론사는 포털을 떠나지 않을까?' 언론이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지위를 이용하여 포털을 떠나버리면 그 콘텐츠를 직접 생산할 수 없는 포털은 패닉에 빠지고 언론사를 다시 영입하기 위해 엄청난 당근을 싸들고 달려올 터인데...


물론 언론도 바보가 아니기에 포털과 싸움을 벌였다. 내 기억에는 한 3번 정도 의미있는 시도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언론이 포털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그 첫번째 예는 독일 최대의 미디어 그룹인 악셀 스프링거 AG와 구글의 싸움이다.

(구글은 크게 보면 국내에서 정의하는 포털과는 다르지만, 모든 콘텐츠 유통에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포털로 분류하자)


독일 최대의 발생부수를 자랑하는 빌트를 포함한 4개의 언론사를 소유한 악셀 스프링거AG는 자신들의 기사가 검색되는 구글이 고마운 존재였다. 하지만 제목 뿐만이 아니라 그 내용까지 긁어가 트래픽 유입을 막는 구글이 못마땅하기도 했다.


그래서 2014년 10월, 악셀 스프링거AG 그룹은 자사가 소유한 모든 미디어에서 구글의 검색을 막겠다며 구글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 뉴스는 전세계로 전해졌고 많은 사람들이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하지만 이 호기롭던 선언은 2주만에 악셀 스프링거AG그룹의 항복 선언으로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악셀 스프링거 AG가 구글의 검색을 차단하자, 전체 트래픽은 40%, 구글 연동 트래픽은 80%나 감소했고 이에 놀란 경영진들이 서둘러 항복 선언을 했던 것이다.


물론 이 사건은 한국과 좀 다른 양상을 가지고 있다. 구글의 경우 제목과 내용을 긁어 가지만, 유저의 최종 종착지를 각 언론사로 유도하여 방문 트래픽을 올려준다. 하지만 한국의 포털은 최종 트래픽 조차 언론사가 아닌 포털이 가지고 간다.


언론사에게 있어 구글이 칼든 강도라면, 한국의 포털은 재산을 강탈할 뿐만 아니라 집까지 불태우는 마적단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럼 또다른 의문이 든다. '어마어마한 콘텐츠 이용료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구글처럼 많은 트래픽을 주는 것도 아닌데... 왜 한국의 언론사들은 포털을 떠나지 못할까?'  여기 또다른 사건이 있다.


2004년 7월 KT는 자사의 BBS서비스인 하이텔과 인터넷 포털 한미르를 통합해 '파란'을 출범했다.


KT는 파란을 출범하면서 선행 사업자들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독점적인 콘텐츠 구축에 많은 힘을 쓴다. 그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것이 스포츠 연예 뉴스 였다. 이를 위해 KT는 일간스포츠를 비롯하여 5개 스포츠 신문사들과 온라인 콘텐츠 독점 계약을 채결한다. 비용은 스포츠 신문 1개사당 월 1억의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당시 타 포털들이 제공하뎐 이용료의 10배에 달하는 파격적인 배팅이었다.


덕분에 그간 동일한 신문사에서 스포츠 연예 콘텐츠를 수급하던 네이버, 다음, 엠파스 등의 포털은 더이상 관련 콘텐츠를 게시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기존 포털들도 손가락만 빨고 있지는 않았다. 메이저 5개사가 빠진 자리에 중소 미디어를 영입해 그 빈 자리를 채웠다.


이 전략은 유효했다. 


스포츠 연예 콘텐츠를 킬러 콘텐츠로 내세웠던 파란은 독점의 효과를 보지 못했고, 파란 덕분에 중소미디어만 키워준 꼴이 된 5개 메이저 스포츠 신문사들은 1년후 파란과의 독점 계약을 파기하면서 이 파격적이고 모험적인 시도는 초라하게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후 파란은 소리소문 없이 조용히 사라지고 당시 파란과 손잡았단 대부분의 스포츠 미디어들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파란의 저주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을 통해 언론사들은 아무리 불합리해도 포털을 떠나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종이신문 시절에는 신문사의 이름은 신뢰의 상징이었다. 듣보잡 언론사에 나온 뉴스는 심층취재로 관련 증거와 함께 뉴스를  생산해도 그 신뢰성을 의심받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메이저 언론사에서 다룬 뉴스는 증거도 없는 일방적인 주장만 담고 있어도 사람들은 그걸 사실이라고 믿을 만큼 높은 신뢰도를 보여줬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에는 브랜드가 신뢰의 상징이 되지 못했고, 중요하지도 않았다.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보다 기사의 선정성과 스피드만이 중요하게 되었다.개인이 생산해낸 컨텐츠가 메이저 언론사의 컨텐츠보다 더 큰 파급력을 낳기도 했다. 


그간 언론사가 추구하고 만들어왔던 수 많은 가치가 무용지물이 된 상황에서, 주요 언론사들이 다함께 포털을 떠나면? 파란 사태에서 보듯이 그 빈자리는 신생 어론사가 냉큼 차지해 버릴 것이고, 자리를 비워줬던 기존 언론사들은 파란의 저주를 마주하며 조용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준비를 하게 될 것이 뻔했다.


그걸 알기에, 언론사들은 포털을 떠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페이스북이 종합 플랫폼 전략을 발표했다. 비약하자면 SNS계의 네이버가 되겠다는 선언이다. 기존의 페이스북에 게시된 외부링크는 콘텐츠가 게시된 사이트에 트래픽을 제공하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그 트래픽 조차 허용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여기서 국내 언론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건 페이스북이 얼마나 엄격한 정책을 제시하느냐에 달렸다.


다시 악셀 스프링거AG와 파란을 돌아보자. 

악셀 스피링거AG의 역성형명이 실패한 이유와 파란의 독접 전략이 실패한 이유에는 한가지 공통적인 키워드가 있다. 바로 대체 솔루션이다.


한가지 예를 더 들자, 2014년 11월, 유튜브와 콘텐츠 비용 협상에 실패한 한국의 방송사들은 12월부터 한국 유튜브에 더이상 자사의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직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에 명확히 말하기는 힘들지만, 아마도 이 혁명은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방송사들에게는 악셀 스프링거AG가 가지지 못했던 대안, 유튜브를 대신해 콘텐츠를 유통할 대체 솔루션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포털이다.


마치 이를 증명하듯, 파란 사태에서 기존 스포츠 신문의 빈자리를 중소  언론사들이 차지 했것처럼, 유튜브가 떠난 자리를 국내 포털이 냉큼 차지해 버렸다. 국내 유통 채널이 구축된 것이다. 


또 다른 성공 요인은 국내 포털의 역량과 유튜브의 역량을 명확하게 파악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내IP에 대한 접근만을 막았을 뿐, 해외 IP에서는 얼마든이 유튜브에서 국내 방송사들의 콘텐츠를 볼수 있게 해놨다.


해외 유통 채널은 그대로 둔채로, 가장 많은 소비층인 국내 트래픽만 포털로 이동시킨 전략. 신의 한수 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선택이 그낭 '사업자 갈아타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래도 구글이라는 거대한 공룡과의 싸움에서 이긴것이다. 그리고 '대체제만 있다면 포털과의 싸움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해답을 준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튜브가 이런 전략을 허용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까? 국내든 해외든 모든 IP를 허용하던지, 아니면 모두 막던지 All or Nothing 중에서 선택하라고 했다면? 그럼 방송사들은 쉽게 유튜브를 버리지 못했을 것이다. 실질 트래픽이나 비용을 계산하기도 전에 한류에 역행한다는 반대 여론에 밀려서 악셀 스프링거AG처럼 쉽사리 백기를 들어야만 했을 것이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의 API를 통하지 않는 모든 외부 링크를 막겠다는 최강수를 둔다면, 아마도 국내 언론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페이스북 시스템에 순응하게 될거다. 반대로 유튜브처럼 한쪽문을 열어두고, 권장은 하지만 강제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취한다면, 이미 포털이라는 대안을 가지고 있는 언론사들이 두임금을 섬길 이유가 없으니 쉽게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언론사들이 SNS에 심혈을 기울인건, 이를 통해 포털에게 빼앗긴 트래픽을 일정정도 복구해주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이스북 역시 기존 포털과 같이 모든 트래픽을 흡수해 버린다면 굳이 비용을 들여 별도의 프로세스까지 만드려 페이스북에 자원을 낭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영상 콘텐츠와는 달리 한글이라는 제약을 가진 텍스트 콘텐츠인 신문은, 무리해서 해외 서비스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자신들의 트래픽을 강탈하는건 기존 포털만으로 충분하니까 말이다.


다만 네이버나 다음에 편입되지 못한 중소 미디어에게는 큰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시스템만 구축해 놓는다면, 주요 메이저 언론사들이 자리를 잡기전에 SNS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이버와 다음은 어떨까?

개인적으로 이번 페이스북 정책으로 가장 많은 트래픽을 빼앗기는 회사는 국내 포털이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SNS에 노출된 기사들은 대부분 네이버나 다음에 게시된 콘텐츠들이었다. 과거에는 SNS까 포털의 트래픽을 올려주는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그 트래픽을 자체적으로 흡수해 버리는 전략을 취했기 때문이다.


신문사와 열패감을 포털이 느끼게 된것이다.


페이스북으로서도 딜레마가 될 것이다. 유튜브처럼 뒷문을 열어둔다면 기존 언론사들이 참여할 의미를 찾지 못할 것이고, 그렇다고 너무 강한 정책을 사용한다면 거기에 반발하는 여론과 맞닥트리게 되기 때문이다.


뭐, 이건 아직 답이 없다. 그냥 페이스북의 선택을 지켜 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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