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에서 윈도우10 업데이트를 공개했다. 과거라면 서비스팩으로 발매했을 정도의 대규모 업데이트다. 업데이트를 누르고 멍하니 그래프를 바라본다. 숫자가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잡생각이 하나씩 떠오른다.

"난 윈도우 자동 업데이트 기능 꺼놔요"

종종 듣는 이야기다. 컴퓨터를 꽤 활용한다는 사람들 중에는 팁이라며 이 방법을 권하는 사람도 있다.

이유는 대동 소이하다. 가장 많이 나오는게 호환성이다. 정확히는 액티브엑스와의 호환성 문제다. 보안이 강화되면 될수록 액티브엑스와의 호환성이 떨어지니까, 그걸 못견디겠다는 거다.

또 다른 이유는 번거로움이다. 한창 작업하는 중에 자동 업데이트를 하고 나서 컴퓨터가 리부팅 되는게 짜증 난단다.

마지막은 하드웨어 리소스 문제다. 자동 업데이트 파일로 C드라이브가 꽉차서 저장공간이 부족해지는 문제와, 업데이트가 진행되면 될 수록 PC가 느려진다고 한다.

그래서 업데이트를 포기한다고 한다.

그런데, 업데이트의 포기는 보안을 포기한다는 선언이다.

물론 업데이트는 번거롭다. 위에 나열한 문제 말고도 이러저러한 다양한 번거로움들이 있다.

그럼에도 업데이트는 포기하면 안된다. 왜? 내 PC의 안전과 나 일상의 평화가 거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거창하다고? 아니... 전혀 거창하지 않다.
보안을 포기하면 작게는 내 PC가 망가지는 것으로 끝나지만, 크게는 해커의 노예가 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해커의 범죄를 도와주게 되는건 다반사고, 어떨 때는 내 PC를 볼모로 거액의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중요한 파일에 암호를 걸어놓고 돈을 요구하거나, 내 PC에 달린 카메라로 나의 일상을 들여다 보다가 민감한 사생활을 녹화해 그 영상을 공개하겠다며 협박하기도 한다. 뭐 수십년간 모은 전재산을 통으로 날려 먹을 수도 있다.

일상의 자잘한 번거로움을 거부하고, 편안함을 추구한 결과 그렇게 일상이 무너지는 것이다.

"난 정치에 관심없어요"

최근에 자주 듣는 말이다. 쿨게이병에 걸려 정치를 혐오하는게 무슨 대단한 멋인냥 떠드는 저 말은 "난 윈도우 자동 업데이트 기능 꺼놔요"라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은 병신 같은 말이다.

민주주의에서 시민의 정치적 관심은 윈도우의 보안 업데이트와 같다. 집회에 나가야 하고, 연휴가 낀 공휴일에는 하루를 날리고 선거 당일에 투표도 해야 한다. 평상시에는 누가 헛소리를 하는지 지켜봐야 하고 거기에 분기탱천한 댓글도 달아줘야 한다. 어떤 이들에게는 '깨시민'이라는 조롱을 듣게 되기도 한다. 연인은 그런 이야기가 아저씨 같다며 혐오스런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래... 정치에 관심을 가진다는건 이런 번거로운 일상의 연속이다. 근데, 그 번거로움을 참으면, 그 일상을 지킬 수 있다.

그게 무너지면? 네가 인터넷에 단 댓글로 넌 경찰에 출석을 해야하고, 심한경우 실형을 선고 받을 수도 있다. 단지 시위현장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채포될 수도 있고, 경찰의 과잉진압에 몸이 상할 수도 있다.

네가 보는 책 하나가 불온서적이라며, 넌 간첩으로 몰려 모진 고문을 받을 수도 있고, 네 가족은 빨갱이 가족이 되어 사회에서 매장이 될수도 있다.

거창하고 과장되어 있다고? 아니... 과거 사람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서 좋은게 좋은거라며 그냥저냥 넘어가는 동안 우리의 소시민들에게 일어났던 일이다.

그리고 그 무심함이 사람들을 그렇게 핍박하던 독재자의 딸을 오늘날의 대통령 자리에 올려 놨다. 덕분에 많은 사람이 죽었고, 지금도 한 사람은 사경을 헤메고 있다.

물론 정치에 관심을 가진다고 뭔가 큰 변화가 오지는 않는다. 번거로움에 비해 변화는 느리게 다가오니까 말이다.

정치적 관심이라는게 그리 대단한것도 아니다.
시시한 약자가 시시한 강자와 싸우듯, 번거로운 행위로 번거로운 일상을 지키는게 정치적 관심이고 참여다.

우리가 지켜야 할껀 대단할것도 없는 그 일상이니까, 내일도 번거로울꺼라 툴툴 거리는 그 번거롭고 귀찮은 일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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