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War는 나에게 공포영화다.'

이 영화 자체의 장르가 뭐라도 상관없다. D-War는 나에게 공포영화다.

그것이 코미디였다고 했도, D-War는 나에게 공포영화다.

왜? 돈이 아까울까봐 무섭다.

원더플 데이즈의 평에서도 말했지만, 나에게 재미없는 것은 죄악이고, 그 죄악의 평가는 다분히 주관적이다. (남들이 다 재미있다던 '덤 엔 더머'도 나에게는 짜증나는 영화였고, 죄의 얼룩이 덕지덕지 붙은 영화였다.)

D-War에 대해서 재미있다고 평하는 사람들 중에, 그 어느 누구도 '스토리도 좋았어'라고 나에게 말해준 사람이 없다. 즉 스토리는 포기를 하고 봐야 한다는 것인데, 텍스트 홀릭에 스토리 홀릭까지 가진 중증 환자인 나로써는 단순히 이미지만 멋지다고 해서, 뻔히 재미없을 것을 아는 영화에 돈을 투자하고 싶지는 않다. 그 대단하다는 CG는 예고편만으로도 충분하기에....

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망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난 부디 심감독이 이 영화로 천만 관객을 넘어,대박을 터트리기를 바란다.

그래서 영구아트가 다음 작품을 위한 충분한 세인의 평가를 받기를 바라고, 그 만큼의 총알을 확보하기를 소망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한국 영화의 살길이기 때문이다.(정확히 말하면 CG라고 할까? 특수효과라고 할까?)

과거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의 부흥에 대한 바람이 불었을 때, 너도 나도 모두 이 시장에 뛰어 들었다. 그렇게 해서, 아마게돈이 나오고 원더플 데이즈가 나왔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애니메이션으로 성공을 하지 못했다. 성공을 하지 못한 스튜디오는 곧 세상에서 사라졌고, 그 스튜디오 안에 녹아있던 노하우도 공중에 산산이 흩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그렇게.... 간직해야 할 것을 간직하지 못하고,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못하고 이땅의 애니메이션은 계속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었다. 새로운 스튜디오가 차려지고 망하고 흩어지고, 다시 새로운 스튜디오가 차려지고 망하고 흩어지고.....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영구아트는 그런 의미에서 대단한 스튜디오다.

용가리 이전 우뢰매부터 D-War까지 영구아트는 다양한 노하우와 기술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망한다면, 분명 그 기술과 노하우는 또다시 허공에 산산이 흩어질 것이고, 이땅의 CG는 또 똑같은 악순환을 반복할 것이다.

물론 심감독은 옛날처럼 시련을 극복하고,또 다시 새로운 영화로 우리에게 다가 올지도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번에는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그에게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심감독이 감독이 아닌 제작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욕심이 있고, 각자의 자질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에게는 감독으로써의 자질은 그리 높지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이 영화에 관해서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집단에서 조차 '스토리는 좀 아쉽지만...'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의 연출을 할 수가 있는가? 이건 아무리 좋게 생각 할려고 해도 그의 무능력함이 여실히 들어날 수 밖에 없는 약점이다.

이경구 감독은 한편의 영화로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고 스스로 감독의 자리에서 물러나 평작의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심형래 감독은 어떤가? 용가리로도 모자라 D-War에서도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지 못하는 것인가?

그의 열정을 폄하할 생각도 없고, 그의 능력을 폄하할 생각도 없다. 다만 그가 자신이 서 있어야 할 위치를 잘못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따까움을 금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말 뛰어난 스토리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스필버그를 지향하는 그에게 타르코프스키적인 예술적 가치를 원하는게 아니란 말이다.

그냥 평범하면서도 부드럽게 이어지는 이야기 구도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단순히 멋지게 박살나는 장면에서 아~하고 탄성을 지르고, 웃기는 장면에서 깔깔 거리다 극장을 나와서 '아 CG멋지더라. 내용은 하나도 기억 안나지만, CG는 정말 멋지더라' 이렇게 말 할 수 있는 영화를 원한단 말이다. 나의 욕심이 너무 과한것인가?

누누히 이야기 하지만, 돈 얼마 들였어요, 몇년이 걸렸어요, CG가 정말 멋집니다. 이런 모든 소리는 개소리다. 스토리는 좋으면서도 안하니만 못한 CG가 들어가면 그것도 욕을 먹지만, 아무리 CG가 훌륭해도 유치하다 못해 이해 할 수 없는 스토리도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욕을 함에도, 난 그의 영화가 상업적으로 성공하길 바란다.

그가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고 자신의 위치에서 더 좋은 영화로 돌아와 진정 그의 열정과 노력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를 간절히 소망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열정이 한국 영화에 또 다른 초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ps.

그래서, 돈이 아까울껄 뻔히 알면서도 난 맥스무비에서 토요일 오후의 영화를 예매하였다.

비록 버리는 돈일지라도 그의 영화가 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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