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컴퓨터를 접한것은apple II 컴퓨터였다. 당시에는 16bit컴퓨터가 막 보급을 시작되었을 때였고, 난 누군가 쓰던 apple II를 얻어다가 설치를 했었다.

컴퓨터 용어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내가 받은 기기는 모니터와, 키보드와 일체형으로 되어있던 본채와 외장형의 5.2인치(아마도)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였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한권의 책을 받아 볼수 있었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 책에 쓰여진(아니 정확히는 그려진) apple II의 활용 모습이었다.한장의 흑백사진은 멋드러진 사무실 책상위에 놓여있던 apple II의 모니터에는멋지게 자동차의 디자인이 되어 있었다. 난, 나 역시도 그런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는꿈을 가지고 두근두근 하며 처음으로 전원을 넣었지만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 애물단지는 어느 순간 내 기억속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내가 두번째로 접하게 된 컴퓨터는 대우에서 나왔던 16bit 컴퓨터인 IQ2000이었다.

5.2인치(이건 확실하다!)내장형 드라이브 2개나 달려있던 이 컴퓨터는 내가 컴퓨터에 발을 들여 놓은 첫 걸음이었다. DOS라는 녀석이 내 머리속에서 이해라는 연산과정을 거친후에 내가 뭔가를 해야하는지를 알 수있게 해준것이다.

DOS는 Disk Operating System의 약자로, 컴퓨터의 운영체제이다. 우리가 쓰고 있는 Windows95에서 부터 시작하는 모든Windows 시리즈의 전신이고 모든 명령어를 일일이 키보드로 입력을 해줬어야만 했지만, 그컴퓨터와 나 사이에 놓여진 키보드로 일일이 명령어를입력해 가면서 컴퓨터를 운용하던 재미는 지금도 잊을 수고 없다.지금도 윈도우를 비롯한 다양한어플리케이션의활용을 위해서마우스보다는 단축키를 선호하게 된 이유가 바로 당시의 버릇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고, 버리고 싶은 맘도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게IQ2000 덕분에 난컴퓨터라는 놈을 조금은 사용할 줄 알게 되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컴퓨터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노력을 기울이는 게임을 하기위해서 당시의 나도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처음으로 나타난 난관은 바로 DOS였다.

컴퓨터로 게임을 하기위해서는 디스크가 필요했고, 이 디스크에 뭔가를 쓰기위해서는 포맷은 기본적인 거였다. 그리고 다른 친구에게 게임 디스크를 비렸을 경우 그 디스크를 카피한 후에 다음날에는 친구에게 돌려줘야만 했다. 그렇게 해서난 Format과 Diskcopy라는 명령어를 알게되었다.

2DD도 아니고,1.2MG의 엄청난 용량(?)을 자랑하는 2HD를 무려 2장이나쓸수 있는 최고사양(?)의 컴퓨터를 가지고 있던 나는 더블드레곤이나 페르시아의 왕자같은 최신 게임도 아주 무난하게 할 수 있었다. 문제는 더블드레곤이나 페르시아의 왕자는 게임을 하는 도중에 꼭 디스크를 바꿔서 넣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디스크 드라이브는 2개나 장착되어 있는데 난 두번째 드라이브는 Diskcopy a: b:라는 명령어를 쓸때 외에는 전혀 활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구세주 처럼 나타난 명령어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Path였다.

Path = a:; b: 이렇게 간단하게만 명령해주면, 일일이 디스크를 바꿀 필요없이 A드라이브와 B드라이브에 있는 디스크에서 필요한 파일을 찾아서 실행을 해주기 때문에 일일이 내가 디스크를 바꿔 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명령어에도 단점이 있었으니 컴퓨터를 부팅할때 마다 난 이 명령어를 일일이 입력해 줘야 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단조로운 색상의 허큘리스모드를 지원하는 게임들은 점점 사양길을 접어들면서 4가지 칼라나 지원하는 CGA가 대세를 이뤄가던 시절이라 허큘리스용 그레픽카드를 장착하고 있던 내 컴퓨터로서는 소프트웨어적으로 CGA모드를 지원하게 해주는 SIMCGA라는 프로그램까지 사용해야 했으니 일일이 넣어줘야 할 명령어가 2개나 된것이다. 어릴적부터 귀차니스트의 길을 걷고 있었던 나에게 새롭게 나타난 천금같은 지식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BAT라는 확장자를 가지고 있는 배치 파일 이었다. 덕분에 난 copy con이라는 명령어를 알게되었다.

a:> copy con start.bat

> path = a:; b:;

> simcga.com

> prince.com

이렇게 한번만 입력을 해서 start.bat라는 파일을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는 start라고 한번만 명령해 주면 일일이 패스를 지정해 줄 필요 없이 모든 게임이 가능했던이다. 아~ 아름다워라..

이렇게 배치파일에 맛을 들인 난, 겁도 없이 AUTOEXEC.BAT를 건들기 시작했고, CONFIG.SYS에 이르기까지 두르두르 넘나 들기 시작했다. 그런 나에게 또 다른 난관이 찾아 왔으니, 바로 삼국지를 실행하기가 너무도 어려웠다는 것이다.

삼국지를 이야기 하기 전에 메모리 상주 프로그램들을 이야기 보자. 메모리 상주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보통의 프로그램들은 한번 실행이 되면 일정정도의 메모리를 차지하고,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메모리를 반납하게 된다. 하지만 메모리 상주 프로그램들은 강제로 중지 명령을 주거나 컴퓨터를 종료하기 전까지는 절대 지가 처먹은 메모리를 반납하지 않고 그 자리에 버티고 앉아 있는 프로그램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내가 당시 너무도 사랑했던 SIMCGA였다. 그런데 메모리 상주 프로그램은 이뿐만이 아니라 너무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었고, 한글을 사용하게 해주는 hbios(이건 한참뒤의 일인가 - -a)나 사운드카드 드라이버나 마우스 드라이버 같은 프로그램들이 바로 메모리 상주프로그램이었는데, 당시의 나는 일일이 명령어를 치는 것이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DOSKEY 같은 명령어까지 사용하고 있었으니 삼국지 처럼너무도 많은 메모리를 요구하는 프로그램을 돌리기위해서는 640K의 운동장 같던 메모리를 자랑하던 DOS로서도 삼국지를 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프로그램들 공공의 적이었던 것이다.

드디어 난 메모리를 관리하는 고차원의 영역에 들어선 것이다. MEM을 일일이 처가면서 autoexec.bat 파일과 config.sys 파일의 내용을 수정해 가면서 바로 1bit의 메모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던 것이다.

이렇게 나와 도스가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게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나중에는 디스크에러의 만능프로그램 NDD와파일 관리의 만능 프로그램 PCTOOLS(이건 절대 대문자로 써야 한다. 소문자로 쓰면 이상하다 -0- )를 만나고 M을 만나면서 일일이명령어를 치는 일은 적어지고 마지막에는 GUI인터페이스가 나오면서 대부분의 일이 마우스로 처리가 되지만, 그래도 난 그시절이 너무도 그립다.

......

파란 통신 화면을 뜨는 작은 글씨들에 몰두하다 동이트는 것을 보며 잠자리에 들고, 한달에 10만원이 넘는 전화세에 내가 잘못본것이 아닌가 하며 눈을 비비다가 나중에는 체념을 했던 시절들.... 채팅방에서 조금이라도 이쁜 모양을 뽑내 보겠다고 안시코드에 몰두했던... 그렇게 텍스트가 모든 소통의 중앙에 있던 그 시절의 한 가운데 내가 살았다는 것이 난 왠지 뿌듯하다.

그시절의 내가 있었다면 이 시대에 누군가는 나만큼의 나이를 먹은 후에 오늘을 그리워 하겠지만, 내가 더 나이를 먹는다 할지라도, 난 그 시대를 그리워 할것 같다.

........

우연히 책장에서 오래된 DOS책을 발견한 밤에.... 작은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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