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물고기

소공 지음
황매 2004.01.28
평점

인상깊은 구절
밀입국한팥앙금,심장인양아직도뜨거운데싸구려밀가루몸뚱이가,눈물속에식어가는구나...

'내가 만들어진 그 날

어머니는 아버지 앞에서 몸을 여는데

주저함이라곤 전혀 없었다고 한다.

뜨겁게 달구어진 그녀의 몸은

그를 향해 화들짝 열려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고

그녀의 빈 공간을 가득 채웠다.

순식간에 그녀의 몸은

그가 나눠 준 희고 묽은 액체로 가득 찼다.

뒷날 어머니의 회상에 의하면

오르가즘은 없었다고...'

-소공의 뜨거운 물고기 중에서

위의 인용문 처럼 섹슈얼한 코드로 시작하는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다.

붕어빵이라는 한 겨울 서민적 문화의 한 소재를 가지고, 세상을 풍자하고 자신을 풍자한다.

붕어와 스스로를 비교하면, 오로지 단팥으로 구성된 자신을 비관하고, 뼈대(?)있는 가문의 자식 '붕어'를 부러워 한다.

만화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는, 마치 어린시절 단 한글자라도 더 작은 책을 골라 보던 기억을 자극하며, 연속되는 붕어빵의 사진 들 속에서 짧은 한줄 한줄의 글을아껴 아껴읽다가, 마지막 한장을 넘기며 아쉬운 한숨을 내 쉬게 하는 책이다.

-조금 긴 사족.

처음 이 작품을 접하게 된것은 '삼박자(http://www.sambakza.net)이라는 홈페이지에서 였다.

3명의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어울려 '만화로 놀자'는 모토로 독특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이사이트에서는 서로의 색이 강한 작품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 구성원중에 한명인 소공의 '뜨거운 물고기'는 그렇게 웹에서 연재를 하고 있었고, 난 그의 작품을 단숨에 읽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작품이 이렇게 책으로 나온 것이다.

이제는 그 홈페이지에서 이 작품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한권의 책으로 남아, 내 곁에 머물 수 있다면, 그 또한 작은 행복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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