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것은 영화 '악어'였다.
우연히 접하게 된 악어... 솔직히 조재현이라는 배우의 연기에 더 빠졌던 영화였다.

그후 김기덕의 이름을 달고 있는 몇몇 작품을 봤다. 섬, 수취인 불명, 나쁜 남자 등등등

김기덕 작품의 공통점은, 초반의 불쾌감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접할때면 언제나 '이걸 끝까지 봐야 하는가?' 하는 갈등에 시달린다. 그렇지만 결국은 끝을 보고 만다. 늘 그렇듯이... 그의 모든 메세지는 마지막 5분에 있으니까.

김기덕의 작품이 불쾌한 이유는 단순하다 '동족 혐오'.
그가 말하는 모든 것은 마치 나의 자아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적나라 하다.

'넌 이래', '넌 위선자야', '넌 더러워'

이 말을 듣고, '그래! 난 그렇게 더러운 위선자다!'라고 속시원히 회개 할 수 있다면, 속편하겠지만, 그걸 부정해야 하기에, 그의 영화는 불쾌한 것이다.

그는 그렇게 내 안의 더러움이나 위선을 참 쉽게 간결하게 까발려 버린다.



오늘 난 '사마리아'를 봤다.

아빠는 딸에게 세상을 사는 법을 알려준다.
딸이 그 선을 이탈했을 때 아빠는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려준다.
딸이 위태롭지만 혼자서 길을 갈수 있게 되었을 때 아빠는 말한다.

'혼자서 가봐.. 아빠는 더이상 안 따라 갈꺼야'

딸은 웃으며 그 길을 간다. 그리고 뒤돌아 봤을 때 아빠의 자취는 멀어져 간다.
딸은 위태로운 걸음으로 아빠를 따라간다. 혼자의 힘으로... 사고는 면했지만, 딸은 진창에 빠지고, 아빠의 자취는 멀어져 간다.

오늘도 나의 자아는 발가 벗겨 졌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발가 벚겨진 자아는 어찌해야 할지몰라 떨뿐이다.
그 자아를 이끌어줄 예언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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