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궁금했던 것 : 노동부가 뻘짓을 해도 노동운동가나 노동자가 욕 먹는 건 아닌데, 여가부가 뻘짓을 하면 페미니스트나 여성들이 욕을 먹는다. 그 이유는?
여름님 트위터 글 - https://twitter.com/_eeseo/status/631417701286608896?s=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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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님의 의문에 간단하게 답하자면,
'노동자는 고용노동부의 뻘짓을 비판하지만, 여성들은 여성가족부의 뻘짓에 침묵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고용노동부에서 뻘짓을 할 때 노동자는 늘 거기에 강하게 비판한다. 덕분에 노동자는 고용노동부와 대척점에 서 있다는 스탠스를 잡을 수 있었고, 고용노동부와 노동자 사이에 선을 긋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여성은 여성가족부의 뻘짓에 대부분 침묵했다. '침묵은 무언의 동의'라는 말처럼, 여성가족부의 뻘짓에 대한 여성들의 침묵은 여성가족부의 행위에 동의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진 것이다. 결국 여성들은 여성가족부와 선긋기에 실패했고, 결국 여가부와 여성은 동류라는 이미지를 고착화시켰다.
최근의 사례로는 '대전시 성소수자 조례 삭제 요청'사건을 들 수 있다.
난 이 문제가 여성단체에서 충분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건이라고 본다.
하지만, 여성 단체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럴 때 여성들이 목소리를 낸다면 충분히 여성가족부의 뻘짓과 선을 그을 수 있고, 이런 행위가 누적되면 여성가족부와 여성의 동류 이미지를 씻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있고 그러지 못했다.
물론 이런 문제에 있어서 모든 잘못이 여성의 탓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난. 여성을 대변하는 여성단체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그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단체는 여러 가지 면에서 취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재정적인 문제는 크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아마도) 매년 몇몇 여성 단체들에게 지원금을 배포할 것이다.
그 단체들은 여성가족부의 입맛에 맞는 단체들이 선정될 것이고, 만일 여성가족부의 뻘짓에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는 단체가 있다면, 그 단체는 다음 심사에서 탈락함으로써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래.서. 많은 여성단체들이 여성가족부의 눈치를 보며 목소리를 죽이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제는 결단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일정 수준의 영향력을 가진 단체가 되면, 여성가족부가 빼고 싶어도 쉽게 뺄 수 없다. 그 일정 수준의 영향력을 가진 단체가 되는 그 과정이 힘들지만, 이대로 두면 여성과 거의 상관없는 정책만 만들고 있는 여성가족부의 뻘짓에 여성들의 이미지만 깎아먹는 행위가 지속될 것이고, 이런 이미지가 더 고착화된다면 돌이키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 방법론에 있어서는 여성단체들 간에 연대도 좋고, 여성들의 후원을 집결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단, 단기간 안에 좀 의식적으로 강하게 밀어붙여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뭐, 남성과 대중들을 향해, '여성가족부는 우리와 상관없어요'라는 캠페인을 펼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그렇게 백날 떠들어봐야 지금까지 고착된 이미지는 바꾸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조롱만 당할 수 도 있다.) 그냥 자기의 목소리로 당당하게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저 트윗에 달린 댓글들처럼 그냥 '여성이 맨 앞에 붙어서'라고 단순화하면서 '이것이 본질이다'라고 외치며, 여성들과 여성가족부를 묶어서 욕하는 이들을 단순 아메바 취급하는 건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위는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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