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손끝에 작은 화상을 입었다.
뜨겁고 쓰라리던 손끝에 물집이 잡히고 그 물집이 터져서 작은 굳은살 같은 응어리가 지고, 그러다 쓰라리던 아픔이 가셨다.
손끝에 남은 이물감만이 화상의 흔적으로 남았다.
어느 날, 이물감이 남은 손 끝으로,
뜨거운 냄비를 잡다가 화들짝 놀라 버렸다.
이미 다 나은 줄 알았던 그 손끝에 화기가 닿자마자, 손끝에서 화상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미 머리는 모든 기억을 잊었는데, 손끝에는 그 기억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그 작은 화기에 손끝이 화들짝 놀라버렸다.
어느 날, 그 아이를 잃었다.
뜨겁고 쓰라리던 가슴에 물집이 잡히고 그 물집이 터져서 작은 딱지가 지고 응어리가 지고, 그러다 쓰라리던 아픔이 가셨다.
가슴에 남은 상처만이 그 아이의 흔적으로 남았다.
어느 날, 상처가 남은 그 가슴이 쿵하고 떨어졌다.
그 아이를 닮은 뒷모습에 화들짝 놀라 심장이 떨어졌다.
이미 다 나은 줄 알았던 그 상처가 그 아이의 흔적을 발견하자마자, 가슴의 상처에서 그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미 머리는 모든 아픔을 잊었는데, 가슴의 상처에는 그 기억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닮은 뒷 모습만으로도 심장이 떨어져 버려다.
어느 날, 상처가 남김 흉터가 기억의 흔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화상을 머리가 아닌 상처가 기억하듯, 사랑도 머리가 아닌 상처가 기억한다는 것을...
그래서 옛사람들은 사랑을 불장난이라 불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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