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운전면허 퀘스트에 도전(!)했다.

솔직히 말해서 딱 1년 걸렸다.


난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

당시 난 자동차 정비를 하고 있었기에, 기본적인 조작 방법은 알고 있었다. 뭐... 정밀함은 떨어졌지만;;;

문제집에 나와 있는 T자의 공식, S자의 공식, 굴절의 공식을 외웠다.

그랬다. 난 운전을 글로 배웠다;;;


실습은 시험장에서 했다.

떨어질 때마다 '이렇게 하면 떨어지는 구나'를 깨달으며, 인지를 붙여 나갔다.

당시 응시원서에는 인지를 붙일 수 있는 공간이 10칸 있었는데, 난 그 모든 칸에 빼곡하게 인지를 붙였다. 


직장 동료들은 나를 놀렸다. 기름밥 먹고 사는 놈이 운전도 못한다고... 친구는 나에게 학원을 다니라 했다. 하지만 난 꿋꿋이 인지를 붙여가며 코스를 공략해 갔고, 끝판왕 주행에 이르렀다.


마지막 인지를 붙이던 날.

난 이번에도 떨어지면 더 이상 시험에 응시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더 이상 국가에 눈 먼 돈을 헌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내가 낸 인지세로 운영되고 있다고 믿었다;


마지막 주행... 마지막 기회.


난 돌발을 잡지 못했다. 언덕에서까지 미끄러지면 끝이었다.

난 마음을 다잡으며 천천히 언덕을 향해 나아갔다.


그 때 언덕 앞에는 다른 차가 서 있었다.

그 차는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뒤로 밀리지도 않았다. 단단하게 언덕에 붙어 있었다. 마치 여름날 고목에 붙은 매미처럼, 그 차는 앞으로 가지도 못하고 뒤로 밀리지도 못한 채 그 언덕 위에 매달려 있었다.

잠시 후, 안전요원이 와서 그 차를 몰고 갔고, 난 시간이  초과되어 그냥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기회가 그렇게 허무하게 날아갔다.


방송에서는 내 응시번호와 이름을 불렀다. 난 '불합격'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차의 시동을 껐다. 그 때 기적 아닌 기적이 일어났다. 내 응시번호와 이름을 부른 안내원은 불합격을 선언하는 대신 나에게 출발선으로 다시 가라고 했다. 호사다마였다. 그러고 보니 타인에 의해 시간 초과가 될 경우 일정 점수를 획득한 응시자는 재시험을 볼 기회를 준다고 했던 감독관의 말이 언뜻 떠올랐다.


시험장을 연습장으로 취급하던 나에게는 최고의 기회였다.


난 방금 연습 삼아(?) 돌아본 주행 코스를 무난하게 돌 수 있었고, 앞전에서 못 잡은 돌발도 수월하게 잡으면서 언덕도 가뿐하게 올라갔다.


그리고 손에 면허증을 쥐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운전 면허' 퀘스트를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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