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이 부른 끔찍한 죽음.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가 난 시점으로, 샌드위치 판낼을 이용해 같은 공법으로 지은 건물 지붕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높게 쌓인 눈을 치웠을 것이다.
쌓인 눈의 공포와 자신이 소유한 건물이 취약성이 이번사건으로 여실히 들어났으니까 말이다.


누군가는 이번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건이 '부실과 안전 불감증, 그리고 방만한 운영'이 부른 인재라고 했다.
인재... 맞다. 하지만 '부실과 안전 불감증, 그리고 방만한 운영'이 첫번째 이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일 이 사고의 이유가 진짜 '부실과 안전 불감증, 그리고 방만한 운영'이라면,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곧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던것처럼 곧 여기저기서 동일한 사건과 사고가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예견하건데, 이와 비슷한 사고는 다음 겨울이 오기 전에는 터지지 않을 것이다.


왜? 이 사건의 원인인 지붕위의 눈들이 이미 말끔하게 치워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이 사고가 '차별이 부른 끔찍한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약 1주일 전에 거의 동일한 사고가 있었다.

같은 형식의 건물이었고, 같은 이유로 무너졌으며, 같은 나이의 청년이 목숨을 잃었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죽은 이들은 대학교 신입생이었고, 그날 죽은 이는 고졸 노동자였다.


만약 우리가 그 고졸 노동자의 죽음에 지금처럼 침통해하고 가슴아파했다면, 언론이 그 사건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그 죽음을 애도했다면, 그랬다면, 분명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위의 눈도 치워졌을 것이다. 부산외대 학생들은 OT를 잘 마치고 안전하게 집으로 귀가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차별을 하고 싶어서, 
그가 못났다고 생각해서, 
또는 그가 고졸이어서, 
혹은 그가 노동자라서, 
아니면 죽은 사람이 한명뿐이어서... 
무시한건 아니었다.


그냥 은연중에 
우리의 무의식이, 
덜배우고, 
힘든일하고, 
꿈이 없어 보이던, 
노동자의 죽음을 무시한것 뿐이었다.


그래서 뻔히 치울수 있느 눈을 치우지 않았고, 그래서 뻔히 막을 수 있는 사고를 막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이제 밝은 미래를 꿈꾸며 새로운 세계에서의 가슴두근거리던 아홉명의 꽃다운 열아홉살의 삶을 앗아가게 된것이다.

그래서 그 아홉의 죽음은 우리가 한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함으로써 생긴 인재인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차별'과 '폭력'이 들어간 문장을 접했을 때, 난 나치나 KKK, 스킨헤드와 같은 극우단체의 잔인한 폭력을 떠올렸다.

하지만 앞으로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를 떠올리게 될것 같다.

수면 아래에 있어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잔인한 냉소가 만든 이 죽음을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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