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발전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본것은 아마도 인터넷 커뮤니티들일 것이다.

반대로 가장 큰 피해를 본것도 인터넷 커뮤니티들일 것이다."

정보의 바다라는 말은 더이상 인터넷에 어울리지 않는 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과격한 사람들은 인터넷을 '정보의 쓰레기'라고 표현을 하지만, 그리고 그말이 100%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정보가 쓰레기일 지라도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는 것은 쉽게 부정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과거 PC통신 시절, 그곳 역시도 정보의 바다였지만, 대부분의 정보는 주요 동호회를 중심으로 한 폐쇄적인 환경에서 구축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필히 그 동호회에 가입을 해야 했고, 양질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커뮤니티는 그 조건 조차 까다로웠으며, 가입이 되었어도 일정 정도의 활동을 하지 않은 회원에게는 양질의 정보에 접근할 권한을 주지 않았다.

이런 폐쇄성이 커뮤니티를 발전 시켰다.

초기의 그 폐쇄성이 정보를 이용한 권력의 남용으로 비춰지긴 했지만, 일단 승급을 올리기 위해서 활동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회원들간의 소통이 생기고, 그 소통속에서 동호회에 대한 예착과 함께 소속감이 자라게 되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커뮤니케이션은 더욱 활발해 졌다.

하지만, 인터넷은 그 개방적인 성격만큼 양질의 정보들 역시 오픈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더이상 소통을 위해서 노력하지 않아도 정보에 대한 접근의 권한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이런 정보의 자유로운 접근은 커뮤니티들의 덩치를 키울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개방된 정보는 결국 유저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차단(? 차단이라는 단어는 강제성을 가지지만, 인터터넷의 개방된 정보의 공유에서 발생된 이 '차단'은 유저들의 선택에 의한 자율성을 가진다.)하는 결과를 가지고 왔다.

과거, 폐쇄 동호회를 통해 정보에 접근했던 이들은, 그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을 가지기 위해서 앞에서 말한바와 같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지만, 이런 노력의 결과 없이도 쉽게 정보를 접하게 된 사람들은, 그 귀찮은 일에 더이상 자신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어하지 않게 된것이다. 결국 모든 커뮤니티에 자리잡은 자유게시판은 일부 사람들의 전유물이 되었으며, 일반 유저는 단순히 '다운족'으로 저락하고 만다.

이런 현상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새로운 폐쇄성을 탄생시키는데,기존의 주요 맴버가 아닌 회원에 대한 비의도적인 역차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회원이 가입을 한 후에 인사를 하더라도, 과거처럼 어떤 열렬한 환영을 보이는 경향이 드물고, 또 게시판에 간간히 글을 남겨도, 자신의 눈에 익숙한 아이디(or 닉네임)가 아니라면 그 글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결국 신입회원은 다운족으로 내몰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런 새로운 폐쇄성은 또 다시 커뮤니티의 커뮤니케이션을 단절하는 역활을 하게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과거의 강력한 폐쇄 동호회의 폐쇄성이 소통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면, 오픈된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의 비능동적인 폐쇄성은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인터넷의 시대에 접어들어 커뮤니티는 발달하게 되었지만 커뮤니케이션은쇠퇴한 아이러니컬한 현상이 발생된 것이다.

이 아이러니는 재미있는 현상을 만들어 내는데, 더이상 언어는 언어가 아닌 현상을 만들어 내었다.

언어의 가장 큰 역활은, 이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느낌과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이고, 그 전달이 또 다른 언어를 유도함으로써 소통을 만드는 것이다.하지만 커뮤니게이션이 쇠퇴한 커뮤니티에서는 그 '전달'의 역활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인터넷의 주요 커뮤니티의 덧글들을 살펴보면, 95%이상의 리플들은 공허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등수 놀이'와 '드라군 놀이'로 대변되는 다양한 리플들은 상대방에게 소통을 위한 언어가 아니라, 단지 의미없이 질러대는 고함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등수 놀이나 드라군 놀이 외의 리플들 역시 게시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의미없이 떠들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소음에 가까운 고함소리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5%의 소통은 있다.

이 5%의 소통 중, 언어의 역활을 하는 리플은 1%에도 머물지 못하며, 나머지 4%는 '게싸움'(게시판 싸움, 나는 이 지져분한 싸움을동음(同音)을 이용해 '개싸움'이라고 부른다.)이다. 즉 누군가 나의 리플에 시비(?)를 걸면 그때서야 언어는 언어본연의 역활을 찾게 되고, 거칠게 나마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이 역시 소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상대방의 글을 읽고 논리적으로 상대방을 설득시키기 보다는, 상대방이 무슨말을 했는지 신경조차 쓰지 않고 단지 자신이 기분나쁘다는 것 만을 표출하는 또 다른 소음이지만, 공허한 소음보다는 그나마 언어의 역활을 하기 때문에 넓은 의미로 소통이라고 본다.)

물론 이 글은 '커뮤니케이션'를 중심에 두고서 한 말이다. 비록 언어의 쇠퇴를 가지고 온 인터넷 커뮤니티는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로 인하여 자신의 본연의 역활인 소통을 잃어 버리고 정보의 창고로 전락해 버렸지만,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서 본다면 단순히 사람이 많이 들어온 다는 것 만으로도 자산적 가치를 가지게된 커뮤니티는 인터넷으로 인하여가장 큰 혜택을 본 당사자가임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ps.

커뮤니티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비슷한 단어가 남발되는 글이기에 읽는 이의 편의를 위해서 'VT'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내용에 관하여서너는 '동호회'와 '소통'으로 표현을 하고, 인터넷을 기반으로한 내용에서는 '커뮤니티'와 '커뮤니케이션'으로 표현하였다.

폐쇄성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양질의 정보를 보유한 일부 커뮤니티는 과거의 동호회에서 시행하던 정책을 일부 계승하여 특정 메뉴에 대한 접근 권한을 조정하고 있기도 하다.

'Life > Scraw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유  (0) 2007.12.06
치열함  (0) 2007.10.29
도장을 찍다.  (0) 2007.09.21
Pen이야기  (0) 2007.08.02
10대들의 쪽지.  (0) 2007.05.18
언어의 미분  (0) 2007.03.13
나에게 마초의 딱지를 붙여다오.  (1) 2007.02.02
연말..  (0) 2006.12.21
의미...  (1) 2006.12.07
난 아직도 의문을 해결하지 못했고,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0) 2006.10.1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