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대중이 열광하는 대상은 '프로패셔널한 아마추어'다.
'프로패셔널한 아마추어'란 아마추어라는 단어가 내제한 낮은 허들을 단번에 뛰어 넘으며, 대중의 기대심리 이상의 퀄리티로 무장한 이들을 말한다.
두자로 줄이면 소위 말하는 '천재'의 일부가 바로 이들이다. 이들은 선천적인 천재일 수도 있고, 노력에 따른 후천적 천재일 수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이미지와 이들이 구축해가는 삶의 방향이 과거 '기사'라 불렸던 이들의 이미지와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것이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이들의 등장에는 늘 '아마추어'라는 희고 눈부신 날개가 있었다. 이는 기사의 갑옷과 같아서, 이들의 작은 실수로부터 보호해주면서도 이들을 더욱 빛나게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이들은 '실력'이라는 강력한 무기외에도 '겸손'이라는 겸허의 방패를 들고있는데, 이는 일부 시기심 어린 적들의 공격으로부터 이들을 지켜주는 든든한 보호장비가된다.
그리고 이들은 '공신력'을 가진 단체나 대회의 수상 혹은 대가의 극찬이라는 '백마'를 타고 등장한다. 쥴리어드나 하버드, 올림피아드 등이 바로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백마의 이름이다.
이 완벽한 '백마를 탄 기사'의 등장에 대중들이 열광하는 것은 일견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들이 입고있는 아마추어라는 갑옷은, 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내구도가 엉망이라 이들을 스스로의 실수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다.
초기에 대중들은 이들의 빛나는 갑옷과 오른손에 쥐어진 강력한 무기에 열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중이 주목하는 것은 왼손에 쥐어진 '겸손'이라는 방패이고 그 방패에 나타난 '기사도의 문장'이다.
그리고 대중이 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뛰어난 성과를 올림과 동시에 '기사도'를 지키는 기사가 되어 달라는 것이다.
이미 세상에는 '아마추어'라는 '갑옷'을 벗어던진 수많은 '프로'들이 활동하고 있기에, 이들의 강력한 무기만으로는 쉽게 대중의 이목을 끌 수 없다.
솔직히 이 겸손의 방패는 갑옷을 벗어던진 이들에게는 번거롭기 짝이 없는 장비이다. 대중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들고 다니기는 하지만 일상에서 이들의 행동에 너무 많은 제약을 가져온다.
그렇다고 이 방패를 쉽게 내려 놓을 수 없다. 이 방패를 내려 놓는 순간 대중의 기대치는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고, 기사도를 버렸다는 비난의 화살이 이들을 공격한다. 그리고 모든 방어구를 잃은 이들은 커다란 상처를 입고 피흘리며 대중으로부터 멀어져 간다.
일부는 전장에서 새로운 전과를 올리며 진정한 프로라는 이름의 기사로 돌아오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은 잊혀진 기사가 되어 음유시인의 노랫말에서나 등장하는 전설이 될뿐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최현석과 김풍 그리고 맹기용은 훌륭한 모델이다.
누군가는 최현석이 이 공식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맞다. 최현석은 기존의 백마탄 왕자들과는 그 스텐스가 좀 다르다. 하지만 대중의 기호에 있어서최현석은 프로패셔널한 아마추어라는 틀에 정확히 들어 맞는 인물이다.
최현석의 아마추어리즘은 '고졸출신'이라는 날개다.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쉐프라는 타이틀은 그의 프로패셔널한 실력을 보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비유학파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그에게는 오히려 하얀 백마가 되어 더욱 빛난다.
이 아이러니는 유명세를 탄 이후에도 나타난다. 보통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겸손을 강조하기 위해 더 낮은 자세를 취하거나 침묵하지만, 최현석은 과감하게 겸손의 방패를 내려 놓으면서 과장된 허세로 아마추어리즘을 더욱 강조한다.
김풍은 전형적인 프로패셔널한 아마추어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보여주는 그의 이미지는 전형적인 아마추어고, 그의 실력은 그 아마추어의 이미지를 조금 넘어서는, 간간히 프로 요리사들을 누를 수 있는 실력을 보여준다. 나름 잘나가는 만화가라는 이미지는 그의 백마가 된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쉐프가 아닌 야매 요리사라는 점을 꾸준히 강조하면서 '프로패셔널한 아마추어'의 이미지를 지켜간다.
이에 반해 맹기용은 백마탄 기사의 모습으로 등장했는데, 자세히 보니 그게 동키호테였다는게 문제다.
명문대의 수석입학이라는 타이틀의 백마는 너무 늙어버린 로시난테였고, 명문대 수석의 길을 포기하고 선택한 요리사의 길이 그나마 기사처럼 보이는 아마추어의 갑옷이었다. 그런데 젊은 나이에 자기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오너쉐프라는 창은 날이 너무 무뎌져 무기로서의 가치가 없었다. 거기서 끝이었다.
첫 등장부터 요란하게 '쉐프'라는 타이틀을 활용한 덕분에 '겸허'의 방패를 들 수 없는 상태에서 전장에 나타났는데, 요리를 한다며 풍차에 달려들어가니 사람들이 가짜 기사라며 비웃는 꼴이 된거다.
물론 겸손의 방패를 들고 있었다면 지금 쏟아지는 대중의 질타를 막아줬겠지만, 그의 손에 들린 오너쉐프라는 무딘 창은 오히려 비웃음의 빌미가 될 뿐이 었다. 그렇게 그는 맨몸으로 모든 비난의 화살을 맞아야만 했다.
맹기용이 다시 살아나는 길은 결국 실력으로 '프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수 밖에 없다. 이미 겸손의 방패를 들기에는 늦어 버렸으니... 금숟갈 물고 태어난 배경이 반석은 되었을 지언정, 별다른 도움 없이 고난의 수행을 통해 스스로 실력을 쌓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면, 다시 '프로'로 대중 앞에 설수 있을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국제적으로 이름난 대회에서 입상을 해 새로운 백마를 타고 오는거다.
뭐 그렇다고 로시난테의 흑역사가 사라지는건 아니지만, 그까짓 흑역사야 그냥 눈 딱 감고 지나가면 그만이니....
그걸 증명하지 못하면? 음유시인의 노래에서 계속 씹히는 영원히 고통받는 신세가 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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